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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이게 벨기에식 홍합탕?…감튀와 맥주 곁들이면 얘기가 달라지지

입력 2026.02.07 18:00

  • 최윤정
홍합 껍데기를 집게 삼아 쏙쏙 꺼내먹는 벨기에식 홍합요리 ‘물프릿’.

홍합 껍데기를 집게 삼아 쏙쏙 꺼내먹는 벨기에식 홍합요리 ‘물프릿’.

어디를 가든 여행의 최고 매력은 맛집 탐방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벨기에를 여행 중인 수많은 유랑객들은 부지런히 맛집 검색창을 들여다보고 있겠다. 그렇게 크고 작은 리스트들을 넘기다 보면 유독 빠지지 않고 눈에 들어오는 메뉴가 하나 있는데, 바로 벨기에의 홍합 요리다. 찜이라고 하기엔 국물이 있고, 탕이라고 부르기도 어딘가 애매한 모양새. 일인용치고 제법 큰 검은 솥에 홍합을 가득 담아내는 ‘물프릿’이 그 주인공이다. 크고 통통하고 맛도 뛰어난 한국산 홍합도 국민 요리 반열에 오르지 않는데, 이 작은 나라에서 홍합이 대표 음식이라니. 자연스레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알려진 명성에 비해 실제로 맛본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로 시큰둥하다. 여기에 부산 친정엄마의 짧은 맛평도 더해진다.

“이 정도면, 자갈치에서 오천원어치만 사도 떡을 치고도 남겠구먼.”

이 한마디에 웃음이 나면서도, 동시에 왜 실망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말처럼, 홍합의 기대치와 실제 모습을 마주할 때면 예상치 못한 간극 앞에서 선뜻 후한 점수를 내주기는 어려우리라.

벨기에의 이 홍합 요리는 단순히 홍합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늘 함께 등장하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감자튀김과 맥주다. 담백한 유럽식 소스와 허브를 머금은 살 오른 제철 홍합,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폭신하게 터지는 황금빛 감자튀김. 농익은 보리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면서 톡 쏘는 탄산이 시원하게 목을 타고 내려가는 맥주까지. 이들이 함께해야 비로소 벨기에식 물프릿의 진가가 나타난다. 주연은 홍합일지라도, 두 조연 친구 덕분에 식사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삼총사에서 한 명이라도 빠지면 완전체가 아니지 않나. 벨기에에서 감자튀김과 맥주가 빠진 홍합 요리는 김치 없는 라면, 단무지 없는 짜장면보다 더 가혹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곳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홍합은 네덜란드 해안에서 온다. 국경을 넘어온 재료는 벨기에식 조리법과 감자튀김, 맥주와 나란히 놓이며 요리 전체를 만들었다. 원산지는 다를지라도 음식의 정체성만큼은 메이드 인 벨기에인 셈이다. 한때의 시절 음식도 아니요, 매해 새로운 마케팅은 물론이거니와 물프릿이 놓이는 벨기에 일상 저녁 풍경까지, 오랜 시간 반복되어온 식문화 속에서 이들을 둘러싼 우정은 매우 끈끈하다.

요즘 음식의 기준은 단순히 맛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분위기와 의미, 경험까지 함께 소비되는 시대다. 고환율과 현지 물가까지 고려하면, 한 사람당 4만~5만원을 훌쩍 넘는 식사 한 끼를 냉정한 기준 없이 즐기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벨기에 현지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이 삼총사의 맛깔스러운 궁합을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에 왔을 때 꼭 한번 맛보기를 권한다.

그러고 보면, 이 음식은 끝까지 이름이 조금 모자란 채로 남아 있다. 칼럼의 마지막까지 정확히 명명하지 않았던 홍합 요리의 진짜 이름, 불어식 원어 물프릿(Moules-frites)을 그대로 옮기면 ‘홍합감자튀김’이다. (심지어 홍합‘과’ 감자튀김도 아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맥주도 이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모든 맥락에서 아쉬움이 없도록 한다면, ‘홍합감자튀김’ 대신 ‘홍합감튀맥주’, 혹은 더 줄여서 ‘홍감맥’ 정도로 불러야 더 정확하지 않았을까. 홍합 요리라고만 부르기에는 감튀가 아쉽고, 감튀만으로는 여전히 맥주가 섭섭하니 말이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나는 물프릿 앞에서, 주연 같은 조연들을 먼저 집어 든다.

▶최윤정

[나는 마담 부르주아]겨우 이게 벨기에식 홍합탕?…감튀와 맥주 곁들이면 얘기가 달라지지

‘부르주아’라는 성을 물려준 셰프 출신 시어머니의 자취를 좇으며 현재 벨기에에서 여행과 요리를 엮어내는 팝업 레스토랑 ‘tour-tour’를 기획·운영 중이다. 인스타그램 @choiri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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