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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지배자’ 악어가 지구 온난화 늦춘다니…어떻게?

입력 2026.02.08 09:00

미국 연구진, 자국 습지 토양 분석

악어 사는 곳에 탄소 저장량 많아

‘식물 제거’ 초식동물 개체 조절 원인

미국의 한 습지에서 악어가 기어 나오고 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미국의 한 습지에서 악어가 기어 나오고 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습지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악어가 ‘지구 온난화 억제’라는 뜻밖의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사우스이스턴 루이지애나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를 통해 습지에 함유된 탄소량과 습지 서식 동물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습지 밑바닥에 쌓인 토양이다. 습지 토양은 대기에서 완전히 차단된 채 물에 잠겨 있다. 이런 환경 때문에 습지 토양에 쌓인 유기물은 썩지 않고 오랜 세월이 가도 차곡차곡 쌓인다. 유기물 속 탄소가 대기 중으로 나가지 않고 저장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춘다. 습지 토양이 ‘탄소 저장고’가 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습지 생태계가 토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20세기 중반부터 집계한 ‘연안 탄소 네트워크’라는 통계 수치를 분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미국 13개주에 걸친 649개 지점의 습지 토양 속 탄소량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악어가 서식하는 습지 토양에 저장된 탄소량이 악어가 살지 않는 습지 토양보다 1㎠당 평균 0.16g 많았다. 악어가 사는 습지는 고성능 탄소 저장고가 된다는 뜻이다.

이런 일이 생긴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악어가 뉴트리아 같은 초식 동물을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초식 동물 개체 수가 넘치지 않는 수준에서 적절히 유지된 것이다.

초식 동물은 습지에 사는 식물을 뜯어 먹기 마련인데, 이러면 습지 토양은 식물 뿌리가 움켜쥐던 힘에서 해방된다. 헐거워진 습지 토양에는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가 침투한다.

그러면 저산소 환경 때문에 숨죽이고 있던 토양 속 미생물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유기물을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유기물 속 탄소가 방출된다. 그런 일을 악어가 저지했다는 뜻이다. 악어는 그저 ‘식사’를 했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온난화를 늦추는 데 힘을 보탠 셈이다.

연구진은 “악어 때문에 나타난 이런 현상은 늑대가 초식 동물의 무한 번식을 막아 숲 재생을 돕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했다. 사슴 같은 초식 동물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나무나 풀이 급격히 줄어 자연계가 황폐해진다. 늑대가 그런 일을 막는 것처럼 습지에서는 악어가 비슷한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악어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탄소 조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악어 개체 수를 유지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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