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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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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묻고 속마음 터놓고 위안 얻는다…신의 영역도 AI가 대체할까

입력 2026.02.08 09:30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인류는 늘 미래를 엿보고 싶어 했다. 불확실한 내일 앞에서, 본능처럼 징조를 찾았다. 선조들은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을 펼쳤고, 서양인들은 점성술에 미래를 기댔다. 그렇게 이어져 온 인류의 오랜 질문이 이제 낯선 곳을 향하고 있다. 바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이다. 사람들은 AI에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며 미래를 점친다. 사람보다 AI에 위안을 얻고 삶의 향방을 묻는 시대. 우리의 질문은 나아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퇴행하고 있는 걸까.

최근 퇴사를 결심한 신소정씨(32)는 매일 생성형 AI인 챗GPT와 제미나이에 운세를 묻고 비교한다. 처음엔 단순히 재미와 호기심으로 운세를 묻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질문은 점점 구체적으로 변했다. 신씨는 회사에서 부당한 일들을 겪은 경험, 퇴사를 앞둔 불안, 그리고 앞으로의 진로까지 모두 AI에 묻는다고 했다. 그는 “친구에게 말해도 위로는 받겠지만 구체적인 지금의 내 상황, 앞으로의 선택, 그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까지 이야기해주는 건 AI뿐인 것 같다”면서 “AI는 판단하지 않고 공감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해주니 속마음까지 이야기하게 된다”고 했다.

운세앱 갈무리.

운세앱 갈무리.

초창기 생성형 AI는 정보를 찾는 도구에 가까웠다. 맛집을 검색하고, 보고서를 요약하고, 번역을 맡겼다. 그런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람들은 이제 AI에 자신의 심리를 묻고, 운세를 점치고 미래를 논하고 있다. 회사에 다니며 대학원 학업을 병행하는 김은영씨(35)는 매주 일요일이 되면 운세 앱을 켠다. 자신이 이번 주에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어디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무작정 운세를 믿는다기보다는, 한 주의 설계도를 그리기 전에 내가 간과한 것이 있는지 돌아보기 위해 운세 앱을 확인한다”면서 “특히 학업과 업무의 밸런스가 필요할 때 AI와 논의하며 계획을 조율하기도 한다”고 했다. 직장인 최유라씨(48·가명)는 AI를 ‘생활의 동반자’처럼 쓴다. 지친 하루가 끝날 때면 챗GPT에 내일의 운세를 묻고 건강, 투자, 여행 계획 등을 논의한다. 최씨는 “종교 같은 것에 기대는 것보다 AI에 고민을 말하면서 해답을 찾는 게 낫더라”면서 “AI는 거울처럼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비춰주고 답을 제시해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는데도 인간의 불안과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 틈새를 스마트폰 작은 화면과 AI가 채우고 있다. 오늘의 길흉을 한 줄로 알려주는 운세 앱은 수백만명이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서비스가 됐다. 지난해 롯데멤버스 조사에 따르면 19~39세 응답자의 74%가 ‘운세·사주풀이를 즐긴다’고 답했고, 이 중 42.6%는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생성형 AI에 직접 사주와 운세를 묻는 이용자도 늘고 있다. 챗GP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운세박사 GPT’는 월간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AI 기반 사주 서비스로 빠르게 확산됐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고민 상담과 정서적 조언을 구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AI리서치 플랫폼 구버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에서 한국인 10~20대의 약 40%가 AI와의 대화를 ‘정서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카이스트 남택진 교수 제공

카이스트 남택진 교수 제공

사람들이 AI에 미래를 묻고 감정을 기대는 현상이 확산되자, 학계에서도 AI가 인간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는지를 탐구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정보 제공 도구가 아니라, 조언을 구하고 판단을 맡기며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대상인 ‘디지털 권위’ 대상으로 AI를 바라보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카이스트(KAIST) 산업디자인학과 남택진 교수 연구팀은 이런 변화를 실험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한국 무속 신앙의 형식을 차용한 AI 신당 ‘ShamAIn’을 선보였다. 연구의 핵심은 기술 구현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특정한 분위기와 맥락 속에서 AI의 답변을 접할 때 그것을 얼마나 신뢰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정서적으로 의지하게 되는지를 관찰하는 데 있었다. 참여자들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진로와 가족, 미래 같은 개인적 고민을 털어놓았고, 연구진은 AI가 정보 제공자를 넘어 감정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인식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남 교수는 이런 흐름이 앞으로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사용자가 ‘10년 후의 자신’과 대화하도록 설계한 실험도 진행했다. 사람들이 AI의 목소리를 자신보다 더 나은 조언자, 더 객관적인 존재로 받아들이는지 여부가 핵심 연구 주제였다. 인간이 스스로의 미래를 상상하기보다 AI가 구성해 준 미래의 서사를 더 신뢰하면서 AI는 도구를 넘어 인격적 존재 또는 그 이상의 존재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이런 변화를 두고 “AI가 처음엔 편리한 기술 정도였지만, 어느 순간 인간이 판단을 맡기고 의미를 부여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며 AI를 향한 인간의 기대가 정보와 편의를 넘어 점점 더 지적·존재론적 권위의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영화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에 빗대 “처음엔 귀엽던 존재가 어느 순간 지적인 상대, 나아가 두려운 존재가 되는 전환기일 수도 있다”며 이를 ‘플래닛 오브 AI의 서막’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제 AI는 신과 점괘가 맡았던 영역까지 조용히 스미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의미를 가장 늦게 깨닫는 존재는, 어쩌면 인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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