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지 매체에도 보도되며 파장 커져
군청게시판 비판 잇따라…10일 규탄 집회
김희수 전남 진도군수. 연합뉴스
농어촌 인구 감소 대책으로 “스리랑카나 베트남 처녀들을 수입하자”고 언급한 김희수 전남 진도군수의 발언이 외교 문제로 번지고 있다. 베트남 현지 매체에 해당 사안이 보도됐고 전남도는 사과문을 두 나라 대사관에 보내기로 했다. 전국 이주·여성·인권단체들은 규탄 집회를 예고했다.
전남도는 8일 “주한 베트남대사관과 스리랑카대사관에 김 군수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사과문’을 9일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남도는 이에 앞서 지난 7일 대변인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도는 사과문에서 “광주전남행정통합 타운홀 미팅에서 발생한 김 군수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해당 국가 대사관과 정부, 깊은 상처를 받으신 국민과 여성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수입’ 등의 표현은 사람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여성을 도구화하는 것으로 어떠한 맥락에서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이는 전남도가 그동안 지향해온 인권 존중, 성 평등, 다문화 포용의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군수는 지난 4일 전남 해남에서 열린 행정통합 타운홀 미팅에서 “인구 소멸에 대한 것을 법제화해서, 정 뭣하면 스리랑카나 베트남이나 그쪽 젊은 처녀들 좀 수입해 농촌 총각 장가도 보내고, 이런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전남도의 사과문은 김 군수의 발언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베트남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지난 7일 해당 사안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이 매체는 “주한 베트남대사관이 농촌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을 포함한 외국 여성을 ‘수입’할 것을 제안한 발언에 대해 ‘모욕적이고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또 “발언에 항의하는 공문을 전라남도 도지사와 진도군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10일 전남 진도군청 자유 게시판에 군수의 “처녀 수입” 발언에 항의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진도군 홈페이지 캡처.
지역 주민들과 인권단체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주민 없이 농어업은 물론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농어촌 군수가 이런 발언을 하자 군청 자유게시판에는 비판 글이 수십 건 게재됐다.
한 주민은 “진도에는 이미 수많은 다문화 여성들이 이웃으로,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면서 “군수의 발언은 다문화가정과 자녀들에게 깊은 모멸감과 소외감을 안겼고 포용과 공존의 가치를 무너트렸다”고 썼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결혼이주여성은 14만5731명에 달하며 이중 3만6754명(25%)가 베트남 국적이다.
전국의 이주·여성·인권단체들은 오는 10일 오후 2시 진도군청 앞에서 김 군수의 발언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한다. 조창익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군수가 공개적으로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군수는 파장이 커지자 지난 5일 사과문을 통해 “농어촌 지역 남성들의 결혼을 장려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자 외국 미혼 여성의 유입을 늘려야 한다는 발언을 하고자 했는데 ‘수입’이라는 단어를 잘못 선택해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실수를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