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단·산하 15개사 공시 누락
그룹 핵심 ‘DB하이텍’ 경영권 방어에
부동산 매입·유상증자·금전 거래 등
10년 넘게 재단 회사 활용·지배력 행사
공정위, 김 회장 사익편취 혐의도 검토
가사 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10월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10년 넘게 15개 계열사를 숨기고 그룹 내 자신의 지배력 강화에 이용한 혐의를 받는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DB 측은 총수 일가 사익 추구를 위해 의도적으로 재단 회사를 이용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들어 첫번째 기업 총수 고발 사건이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8일 밝혔다. 김 회장은 1999년 11월부터 동곡사회복지재단 및 그 산하회사 15개사(빌텍, 삼동흥산 등)를 소속현황에서 누락시킨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해당 회사들은 1999년 계열에서 제외됐으나, 실제로는 김 회장의 철저한 통제 아래 DB그룹 계열사처럼 운영됐다고 판단했다. 늦어도 2010년부터는 김 창업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 및 사익을 위해 재단회사들을 활용했으며 2016년 이들 회사를 관리하는 직위까지 설치해 본격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공정위 조사 결과, 재단 회사들은 DB그룹 핵심 계열사인 DB하이텍의 경영권이 흔들리거나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해결사’로 등장했다.
재단 회사들은 디비하이텍의 재무 개선을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와 디비월드 기업회생 절차 과정에서 자금 조달·유상증자에 동원됐다. 디비하이텍은 동일인의 지분율(23.9%)이 낮은 편이라 경영권 공격에 취약한 편이다. 총수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재단 회사들에 금융 리스크를 떠넘긴 셈이다.
김 회장은 2021년 위장 계열사로부터 220억원을 빌려 1년 뒤 상환하는 등 직접 거래 관계를 맺기도 했다.
또한 재단 회사들은 DB 소속회사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었다. 재단 협력회사 회장에 총수의 최측근인 DB김준기문화재단 감사를 앉히기도 했다.
DB 측은 해당 계열사를 내부 관리하면서 외부에 은폐하려 하기도 했다. DB그룹 측은 그룹 조직도에 동곡 재단 쪽 계열사만 점선으로 연결했다. 조직도에는 ‘자료는 그룹장에게만 배포하는 게 좋고, 관계사 배포 시에 ‘동곡재단’ 부분을 삭제하라’라고 표기했다. 재단회사들을 동원하는 거래를 기획할 때마다 공정위가 주목할 것을 우려하면서 위장계열사 리스크를 스스로 수차례 분석하기도 했다.
또한 DB그룹의 재단 회사 인사에도 관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주요 재단 회사인 삼동흥산·빌텍·삼동랜드의 임원 과반수 이상과 역대 대표이사들은 DB 출신들이었다.
공정위는 재단 회사들의 경영 방식이 독립 회사의 합리적 경영방식으로 보기 어렵고, DB그룹이 ‘위장계열사’를 숨기기 위해 공시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를 공정위에 허위로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또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를 부당하게 이용했다는 점에서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고 이 회장 개인을 고발키로 했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동일인 측의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를 다수의 객관적 증거와 거래관계, 구체적인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충분히 입증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주병기 공정위원장 들어 총수 고발 첫 사례다. 지난해 8월 한기정 위원장 체제 당시 농심 신동원 회장을 자료 허위 제출 혐의로 고발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와 별개로 김 회장에게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