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법사위, 공식 조사 착수
통상당국 “쿠팡, 관세와 별개”
“가장 급한 건 대미특별법 처리”
지난해 12월30일 국회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등에 관한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한수빈 기자
미국 하원이 ‘쿠팡 사태’에 대한 공식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것과 달리 한국이 미국 기업인 쿠팡을 한국 기업과 차별 대우하는지를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추진하려는 가운데 미 의회가 쿠팡 사태를 빌미로 관세 인상을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5일(현지시간)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에게 오는 23일 열리는 하원 법사위에 출석해 증언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한국 정부·국회와의 통신 기록 및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하고, 직접 의회에 출석해 증언하라는 요구다.
공화당 소속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 등은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여당이 입법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법과 쿠팡 조사 등을 문제 삼았다. 조던 위원장은 “쿠팡을 겨냥한 조치와 미국인 임원(로저스 대표)에 대한 잠재적 기소 가능성은 한국 정부의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14일 체결된 관세 관련 ‘한·미 공동 설명자료’를 보면, 한국의 디지털 서비스 분야 관련 법과 정책이 미국 기업을 한국 기업과 차별하지 않고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한다는 원칙에 합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온라인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방지에 초점을 맞춘 플랫폼 규제 입법 역시 미국으로서는 눈엣가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발간한 국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플랫폼 규제를 주요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꼽았고, 지난해 7월에는 미 하원 의원 43명이 이 법이 시행되면 미국 기업에 불리할 수 있다며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쿠팡에 대한 조사와 플랫폼법 등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디지털 통상 이슈 등 비관세 분야 한·미 협상을 담당하는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 정부·의회에서 디지털 이슈가 중요시되긴 하지만, 쿠팡은 디지털 통상 이슈와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며 “쿠팡은 정보 유출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플랫폼법 역시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통상업계에서는 쿠팡에 대한 조사 등이 미국의 관세 인상 움직임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어 정부와 국회의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국회가 이른 시일 내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고, 대미 투자를 구체화한다면 관세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우리 정부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고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보고 있지 않은 게 문제”라며 “이 틈을 어떻게 메울지가 숙제”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일단 가장 급한 건 대미투자특별법 통과”라며 “국회가 특별법을 통과시킨 뒤 조선과 원전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투자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준다면 관세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