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1995년 7월 말부터 20일간 북한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최소 70년 만에 가장 큰 홍수가 발생했다. 냉전 붕괴 이후 경제난이 가속화하던 터에 경작지가 잠기고 비축 식량까지 휩쓸리며 식량 위기에 직면했다. 북한은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식량 등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북한은 1996년 혹독한 가뭄, 1997년엔 또 대홍수로 대기근이 발생해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을 보내게 됐다. 북한의 인도적 위기에 국제사회가 손을 내밀었다.
한국의 대북 지원은 1995년 15만t 쌀 지원으로 시작됐다. 1996년부턴 유엔 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을 병행했다. 지금까지 세계식량계획(WFP)에 1억5130만달러, 세계보건기구(WHO)에 6600만달러, 유엔아동기금(UNICEF)에 4000만달러 등을 지원했다. 그러나 북한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부터 한국의 직간접 지원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
누군가 인도적 위기에 처했다면 그가 어디에 있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인권의 보편성 원칙이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현안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상황과 맞물려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규모는 둘쑥날쑥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5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대북 인도적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결정했다. 그동안 제재위 면제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요청을 수용했다고 한다.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북·미 대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 이로써 9개월간 보류됐던 17가지 대북 지원 사업을 북한과 얘기해 볼 여지가 생겼다. 이들 사업 주체는 경기도 3건, 민간단체 2건 등 한국이 5건이고 WHO·UNICEF 등 국제기구가 8건이다.
북한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국경을 닫았다. 2023년 다시 국경을 개방했지만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할 뿐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제안에는 계속 응하지 않고 있다. 대북 인도적 사업의 불씨를 살렸지만 현재로선 ‘자력갱생·자립경제’를 강조하는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물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받을지 말지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지만 교류의 빗장을 풀어 국제사회·한국과의 소통을 재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