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테스크포스(TF)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기업에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기로 하는 노사정 합의문이 지난 6일 나왔다. 이번 선언은 2005년 도입 후 지지부진했던 퇴직연금제도 개편에 중대한 분기점이고, 노사정이 이뤄낸 첫 사회적 합의 의미도 크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전 사업장의 퇴직급여 사외 적립을 의무화한 데 있다. 퇴직연금은 노후 자산을 불리자는 취지로 2012년 이후 신설된 사업장에 의무화됐다. 하지만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보니 가입률이 4곳 중 1곳꼴에 불과하다. 영세·중소기업의 퇴직금 체불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 조처로 퇴직급여 체불을 예방하고 회사가 망해도 퇴직금 수령을 보장할 길이 열리게 됐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도 문제였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평균 수익률은 2.86%로,국민연금 수익률(8.13%)에 크게 못 미친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마이너스에 가깝다. ‘기금형 퇴직연금’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도 퇴직연금이 노후 안전판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기금형 연금은 크게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일단 기금형은 수익률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DC형에만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가 경쟁적으로 상품을 출시해 수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쟁점은 천문학적 규모로 커진 퇴직연금을 누구에게 맡기고 어떻게 운용할지다. 국민연금에 맡기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운용 주체는 민간 금융사로 한정했다. 국민연금이 수탁법인이 되면 퇴직금이 환율 방어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데다 노후 자산을 국가가 독점할 우려가 있다. 노사정은 300인 이하 사업장엔 국민연금의 수탁자 참여 가능성을 열어 놓았는데, 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한다는 운용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퇴직금을 매달 외부에 납부할 때 커질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은 정부가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 시행 시기를 확정해야 한다. 의무화해놓고, 구체적·실효적인 부담 완화 방안이 없으면 제도 안착이 지체되고 자칫 선언에 그칠 수 있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퇴직연금이 노후 안전망이 되려면 갈 길이 멀다. 국회는 퇴직급여 보장법 등을 개정해 구체적인 운용·감독 주체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번 개편은 연금개혁의 첫발이 돼야 마땅하다. 자영업자·특수고용노동자 등 연금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