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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SNS와 쇼트폼의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효율 좋은 '힐링' 방법은 다름 아닌 동물 영상이다.

청주동물원의 구성원들은 아는 동물을 살리려고 애쓰고, 관람객들은 구경이 아니라 '아는 동물을 보러' 온다.

청주동물원에서 세상을 떠난 동물들은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름과 기록을 가진 존재로 기억 속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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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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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장애가 있더라도 함께 잘 살아야죠···동물의 ‘생로병사’에 공감

입력 2026.02.08 18:27

수정 2026.02.0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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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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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이상한 동물원>의 한 장면. 유튜브 ‘달리 [SBS DALI]’ 채널 갈무리

넷플릭스 <이상한 동물원>의 한 장면. 유튜브 ‘달리 [SBS DALI]’ 채널 갈무리

SNS와 쇼트폼의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효율 좋은 ‘힐링’ 방법은 다름 아닌 동물 영상이다.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털 동물은 큰 인기를 누리며 팬덤까지 거느리고, 희귀 동물은 희귀한 대로 이목을 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푸바오 신드롬이 일어나고 기르는 동물을 언급할 때는 꼭 사진을 첨부해야 예의라는 밈이 유행일 만큼 동물에 대한 친밀감이나 호감이 높다. 이렇게 종을 불문하고 사랑받는 동물들은 대개 어리고 건강한 모습이다. 인기를 끈 동물 계정은 어린 동물이 다 자랄 때쯤 새로운 어린 동물을 데려오고, 동물을 구조하고 입양을 홍보하는 계정들은 성체 동물이 입양 가기 어려운 현실에 탄식한다. 오래전 잡지를 읽다가 우연히 본 글이 기억난다. 미디어에는 어린 동물만 보이는데, 노령견을 키우는 필자는 늙고 아프고 추해진 동물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지는 현상에 의문을 품었다. 생각해 본 적 없는 지점이었다. 그러게. “그 많던 어린 동물들은 (다 자라면, 늙으면, 아프게 되면) 어디로 갔을까?” 더 이상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귀여운 사진 속 주인공이 아닌 노령견에게 지극한 애정을 고백하는 글을 읽으며 눈물이 쏟아졌다. 동물도 나이가 들고, 몸이 변하고, 질병을 앓거나 장애가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게 접하기가 참 어렵다. 지난 1월 18일 공개된 SBS 스페셜 <이상한 동물원>(넷플릭스) 속 배경은 청주동물원이다. 이 동물원이 ‘이상한 동물원’으로 불리는 이유는, 나이 들고 장애가 있는 동물들을 데려오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이상한 동물원>의 한 장면. 실내 동물원에 살던 사자 ‘사랑이’의 모습. 유튜브 ‘달리 [SBS DALI]’ 채널 갈무리

넷플릭스 <이상한 동물원>의 한 장면. 실내 동물원에 살던 사자 ‘사랑이’의 모습. 유튜브 ‘달리 [SBS DALI]’ 채널 갈무리

다큐멘터리 <이상한 동물원>은 기존의 ‘동물원’이라는 공간의 의미와 방향성을 바꾸고자 하는 청주동물원과 수의사들의 노력을 따라간다. 국내 1호 거점 동물원인 청주동물원은 첨단 의료 장비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보호와 구조, 보전을 중시하는 곳이다. 특히 관람객이 자유롭게 들어가 우리에 갇힌 동물 체험을 할 수 있는 ‘사람관’은 SNS에서도 화제였다. 사람관 앞에는 이런 안내판이 붙어있다. “청주동물원에서는 좁은 공간들을 더 이상 동물 사육에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양쪽에 입구가 있으니 자유롭게 들어오셔서 동물원 동물이 되어보시기 바랍니다. 이곳은 스라소니가 살던 공간입니다.” 몇 년 전까지 전국에서 가장 좁은 호랑이사를 소유했던 청주동물원의 변화는 김정호 수의사가 주도했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김정호 수의사는 흙도 풀도 없는 실내 동물원에서 앙상한 갈비뼈만 남았던 ‘갈비 사자’를 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자는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져 자유롭게 살라는 소망을 담은 이름 ‘바람이’로 불린다. 바람이 역시 일반 동물원에 있다가, 늙어서 인기가 떨어지자 더 열악한 환경의 실내 동물원으로 팔려 갔다. 관람객에게 꼬치를 팔아서 수입을 올리는 구조의 실내 동물원은 꼬치 판매량을 올리려고 바람이에게 제대로 먹이를 제공하지 않았다. 동물권에 대한 감수성이 발달하기 시작한 시기와, 충격적인 외양이 맞물려 바람이 사건은 큰 공분을 샀지만 사실 이런 식의 사육 환경이나 관람 편의를 위한 학대는 꽤 흔한 일이었다. 청주동물원도 과거에는 새 모이 체험을 하면서 관람객의 손바닥에 새가 올라오도록 새를 배고프게 했던 적 있다고. 숱한 실내 동물원과 체험 행사가 있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흥미였다. 그 과정에서 다치거나 나이 든 동물, 죽은 동물은 모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새로운 동물들로 채워졌다.

이제 청주동물원은 화려하고 인기가 좋은 코끼리나 기린 같은 동물이나 많은 종을 유치하는 대신, 자연 상태에서 살 수 없는 토종 동물을 보호하는 것에 집중한다. 언젠가는 동물원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없애기 힘들다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 김정호 수의사의 신념이 반영된 결과다. 청주동물원에서는 부리가 비틀린 독수리, 백내장이 있는 수달, 나이 많은 호랑이 이호처럼 다른 동물원에서는 보기 어려운 동물을 만날 수 있다(스무 살이 된 호랑이 이호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이상한 동물원>에서 김정호 수의사는 말한다. “그전에는 동물원에서 부상을 입어서 장애가 생기면 뒷공간에 있었어요. 그러니까 (장애동물을) 보여주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불편해한다? 영구 장애 동물을 데려오면서 사람들이 공감을 어느 정도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 장애 동물이 동물원 한 바퀴를 돌았을 때 없다는 건 좀 이상한 거잖아요.” 나레이션도 거든다. “뭐가 정말로 이상한 걸까?”

넷플릭스 <이상한 동물원> 김정호 수의사의 모습. 유튜브 ‘달리 [SBS DALI]’ 채널 갈무리

넷플릭스 <이상한 동물원> 김정호 수의사의 모습. 유튜브 ‘달리 [SBS DALI]’ 채널 갈무리

‘이상한 동물원’이라는 제목은 나이 들고 장애 있는 동물을 데려오는 청주동물원을 특이한 공간으로 만드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제목이다. 이 기준은 동물에게만, 동물이라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늙고 병들고 추하고 형태가 다른 존재를 ‘보기 불편하다고’ 치우고 싶어 하는 폭력이 동물에게도 반복될 뿐이다. 청주동물원은 생로병사를 은폐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그 과정은 구경의 대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치는 삶의 순환이다. “(관람객들이) 어리고, 활기차고, 귀엽고 이런 동물들만 좋아하셨는데 요즘에는 나이 든 동물들도 바람이를 포함해서 동물원에 있을 수밖에 없구나. 저런 친구들도 잘 살아야지, 라는 시민분들의 공감대가 생겼어요.” 중장년층 관람객은 나이 들어가는 동물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장애인 관람객은 장애 동물을 볼 수 있어서 고맙다고 전화를 걸어온다. 장애가 있는 형제가 겪은 차별과 배제를 고스란히 목격했던 김정호 수의사의 일기가 화면을 채운다. “야생으로 갈 수 없는 야생동물들은 동물원으로 와서 생을 이어간다. 그들이 구조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동물원에 온 아이들이 보고 듣게 될 것이고 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선 우리 형은 더 이상 바보가 아닐 것이다.”

<이상한 동물원>은 2부작이다. 1부에서는 ‘아는 동물’이라는 단어가 강조된다. 어떤 형태로든 동물을 인지하고, 감정을 느끼면 그 자체로 그 동물은 아는 존재가 된다. 다른 존재의 고통과 슬픔으로부터 내가 무관하지 않음을 깨달은 순간 개인은 윤리적 주체로 각성한다. 김정호 수의사는 우연히 만난 개가 내일 팔려 간다는 소식을 듣고 그 개를 훔친 적 있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그 대가를 감수하고서도 모른 척할 수 없었음을 고백하는 장면은 힘이 세다. 청주동물원의 구성원들은 아는 동물을 살리려고 애쓰고, 관람객들은 구경이 아니라 ‘아는 동물을 보러’ 온다. 죽음 역시 마찬가지다. 청주동물원에는 추모관이 있다. 청주동물원에서 세상을 떠난 동물들은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름과 기록을 가진 존재로 기억 속에 머문다. 나와 세상을 공유했고, 관계를 형성한 아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책임’이라는 단어가 핵심이다. 살리고 싶은 마음. 다친 카피바라, 바다거북, 반달가슴곰, 히말라야타알샤 등이 동물원으로 이송된다. 동물이 조금이라도 따뜻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난로를 틀어주고, 살릴 방법을 강구하지만 어떤 동물은 기어이 세상을 떠난다. 그 판단과 결과의 무게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짊어진다. 2부가 전달하는 책임의 무게는 수의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동물을 접하는 사람들의 책임감까지 아우르는 표현이다. 2부에는 김 수의사의 특강이 짧게 삽입된다. 아이들은 손을 들고 해맑게 ‘키워본 동물’의 종과 수를 외친다. 여전히 동물을 쉽게 사고, 편의대로 돌보다 방치하거나 유기하는 일이 흔하다. 아는 동물은 어떤 측면에서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와 ‘나’의 의지만으로 얽혀버린 존재다.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는다.

동물권은 여전히 ‘인간도 살기 힘든데’ 라는 냉소 속에 차선책이거나 유난스러운 소리로 취급된다. 다큐멘터리는 동물과 청주동물원과 수의사들의 노력이 결국 “이 순간만큼은 이 세계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마무리한다. 동물이 귀엽거나, 사랑스럽거나, 인간에게 ‘힐링’과 ‘위로’를 주기 때문이 아니다. 그래서 공존은 선택이나 시혜가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 과정에는 청주 동물원이 보여준 것처럼 다양한 모습의 동물과 ‘관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필수적일 것이다. 미디어에서도, 살을 맞대는 현실에서도 말이다.

늙고 아픈 개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열여덟 살의 아콩이는 하루아침에 못 걷게 되었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간신히 소생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절실하게 느낀다. 냄새나고 푸석하고 볼품없는 개. 마중 나오지도 애교를 부리지도 못하는 개. 언젠가 닥칠 나와 너의 미래를 먼저 사는 걔를 사랑하고 책임진다. <이상한 동물원> 속 늙고 아픈 동물들 위로 아콩이의 얼굴과 털이 겹쳐진다.

아는 동물의 아는 인간이 다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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