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떼의 새.
내게 깃들인다.
어스름 속에 서 있는 나는
한 그루 나무.
팔꿈치에, 어깨에, 머리카락에, 가슴에
새들이 파고들어
밤새 내는 소리가 아무리 괴로워도
쫓아낼 수 없다.
그 많은 새들이 다 내 형제들의 영혼.
나는 그들의 집이 되어야만 한다.
이 대규모의, 구제받지 못한, 벌벌 떠는 다수.
밤이라 불리는 이 음울한 평야에
나는 단 한 그루 나무.
떨리는 손들이 자신을 덥힐 땔감을 달라 한다.
그래서 나는 내 가지로 불을 먹여야 한다.
이것이 그들이 기억이라 부르는 것.
- 자카리아 무함마드(1950~2023)
팔레스타인 시인 자카리아 무함마드는 25년간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등을 난민으로 떠돌다 1993년에야 고향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이산의 세월도, 돌아온 고국의 현실도 그에게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인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알리기 위해 쓴 절절한 시들이 시집 <우리는 새벽까지 말이 서성이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에 담겨 있다.
이 시에서 ‘나’는 저물녘 들판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자신에게 깃든 새들의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이내 알아차린다, 그 많은 새들이 희생당한 동족들의 영혼이라는 것을. “이 대규모의, 구제받지 못한, 벌벌 떠는 다수”의 비명과 한숨을 ‘나’는 밤새 온몸으로 받아낸다. 그 떨리는 손들이 땔감을 달라고 할 때, 자신의 가지를 태워서라도 불을 먹이려는 사랑은 대체 어떤 것일까. 고통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이런 참담함을 몸소 겪어내는 일이다. 가자지구에서는 여전히 학살과 기아의 소식이 들려온다. 팔레스타인 연대행사에서 들었던 한 여성의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연민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연대의 말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우리 역시 한 그루 나무, 그들의 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