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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BBC 지상파 중단 계획과 보편적 서비스

입력 2026.02.08 20:06

수정 2026.02.0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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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언론에 영국 공영방송 BBC가 지상파 방송을 중단하고 유튜브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일부만 맞는 부정확한 보도다. 영국 정부가 지상파 방송 중단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검토’해왔다는 것과, BBC가 과거보다 유튜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는 게 정확한 사실이다. 일단 “영국이 저러니, 우리도 그러자”라는 식의 단선적 처방은 접어두자.

지상파는 지난 100여년간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를 이루는 중요 수단이었다. 보편적 서비스란 한 국가 영토 내에서 거주 지역, 소득, 연령, 신체 조건 등과 무관하게 합리적 비용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도, 전기 등의 기초 인프라를 말한다. 지상파든 인터넷이든 수단을 가리지 않고 필요한 방송을 보편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BBC는 그간 지상파 외에 인터넷으로 실시간과 다시 보기가 가능한 ‘아이플레이어(iPlayer)’라는 서비스도 제공해왔다.

앞으로 시청 행태 변화에 맞춰 지상파를 중단하고 인터넷만 남기는 게 서비스 원칙에 맞을 때가 올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소수를 희생한다면 자가당착이 된다. BBC도 정부에 보낸 문서에서 “전환 과정에서 어떤 이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영국에선 현재 지상파 채널 100여개 시청이 가능하다. 그래서 안테나로 6개 채널 지상파만 보는 한국 가구가 3%에 그치는 반면, 영국의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는 11%다.

한 연구 결과, 2040년까지 영국 가구 약 95%가 인터넷을 통한 TV 시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머지 5%는 저소득층, 장애인, 고령층, 외딴 지역민 등이다. 시청 가능 가구라도 모든 구성원이 TV와 인터넷을 연결하고, 셋톱박스를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등의 복잡한 기술 장벽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 정부는 관련 연구 등으로 지상파 중단 필수 조건을 충족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정체성 자체가 95%를 위해 5%를 희생하는 공리주의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가시청가구 기준을 90%로 정해 이를 충족한 유료 채널 JTBC 가입자 외에는 동계올림픽을 볼 수 없는 바로 지금의 한국과 대비해보자!

공영방송의 유튜브 활용 또한 단순하지 않다. 보편적 서비스를 위해 젊은 시청층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상업적 폐해를 보완하기 위한 공영방송이 클릭 경쟁의 논리가 지배하는 플랫폼에 의존하는 것은 모순적일 수 있다. 특히 통제할 수 없는 타자의 불투명한 알고리즘에 콘텐츠를 맡기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다. 이 때문에 BBC는 다큐멘터리나 어린이 프로그램 등 기존 플랫폼으로는 도달에 한계가 있는 장르만 유튜브용으로 신규 제작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고민해야 할 바가 훨씬 깊고 넓다. 왜 이 사회에 공영방송이 필요한지, 근본적 의문부터 답해야 한다. 공정성과 신뢰 등 그간 쌓인 문제들에 새로운 고민이 더해지는 무게를 견뎌내야 한다. 기존 서비스 유지도 힘겨운 판에 새로운 투입을 위해 필요한 구조조정을 수용할 수 있을까? 종국엔 유럽 토양에서 숙고 끝에 만든 결과만을 다급히 ‘이식’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번 굳어진 제도와 관행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다만 큰 환경 변화가 기회의 공간을 잠시 열어줄 때가 있다. 그러나 지난 박근혜 탄핵 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하, 한직에서 돌아와 리더십을 맡은 KBS 방송 전문인들은 이 결정적 계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것은 기존 체제가 공고한 데다 이들을 둘러싼 외부 영향력의 장 또한 과거를 답습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KBS 이사였던 나도 책임감을 느낀다. 이제 곧 다시 한번 기회가 올 것이다. 정부와 공영방송은 이번엔 그간 방치된 ‘오래된 미래’를 올바로 그리고 실천해야 한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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