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손은 잡았지만…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6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사진공동취재단
쌍방울 회장 변호했던 전준철
‘친청’ 이성윤 의원이 특검 추천
이 대통령, 인사 검증 놓고 질타
지도부 “재발 방지” 사과에도
“어찌 이런 일이…” 반발 확산
이 의원에 최고위원 사퇴 촉구
여당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당시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변호인을 2차 종합특검 후보로 추천한 것을 두고 당·청 간 파열음이 8일 노출됐다. 여당 내에서도 정청래 대표 등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속출했다. 정 대표는 즉각 사과했지만 주요 국면마다 제기된 당·청 간 불협화음이 또다시 표출된 셈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대표는 당의 인사검증 실패로 대통령께 누를 끼쳐드린 데 죄송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록 윤석열 검찰의 잘못된 점을 저항하고 바로잡으려고 노력한 점과 윤석열 총장의 핍박을 받았던 검사였다고 하더라도 (경력을)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건 검증의 실패”라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재발 방지를 위해 후보자 추천 경로 다양화, 투명성 강화, 추천과 심사 기능 분리 등 당내 검증 절차를 보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로 전준철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를 추천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이자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의 추천이었다. 전 변호사는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대납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을 맡았다. 이 대통령은 이 사건에 제3자 뇌물죄로 기소됐지만 대선 후 재판이 중지된 상태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전 변호사 대신 혁신당이 추천한 권창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했고, 전 변호사 추천에 강한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전 변호사의 이력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최고위원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 (당시 전 변호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핍박받은 검사 출신이다 보니 아마 더 자세한 검증에 안일했던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병도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 역시 특검 후보 인사검증 미비에 대해 사과했다. 원내지도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쌍방울 관련 내용은 원내에서 인지하지 못했다”며 “꼼꼼히 파악하고 검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천돼 송구하고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대표의 유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지낸 이해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눈에 뭔가가 씌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라고 적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검찰 카르텔이 사방에서 작동하고 있다”며 “당내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을 지낸 이건태 의원은 “이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에서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합당 문제로 연일 정 대표와 부딪치고 있는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황 최고위원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당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경고”라고 밝혔다. 강 최고위원은 “이것이 어떻게 당·정·청 원팀이냐”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전 변호사를 추천한 사람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이 최고위원이 9일 공개 회의에서 특검 추천 경위를 설명하고 유감을 표명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공소청 보완수사권과 합당 문제 등으로 누적된 당·청 간 미묘한 입장차가 표출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한적 보완수사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당에서는 최근 보완수사요구권만 허용하기로 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대해서도 당·청 간 사전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