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 진압에 시위 줄었지만…장례식·교실 등서 ‘정권 반대’ 확산
이란 반정부 시위는 정권의 유혈 진압으로 잦아들었지만 대량 학살에 분노한 이란 국민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장례식과 추모식에서 정권 반대 구호가 울려 퍼지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애국가 부르기를 거부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이란 정권이 대규모 단속을 벌이는 가운데, 탄압 위험을 무릅쓰고 정권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표현하는 이란인들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혈 진압에 희생된 이들의 장례식과 추모식은 이란 국민들이 정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장이 됐다. 유족과 조문객들은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장례식장에서 흥겨운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이슬람 전통 장례식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정권에 대한 저항을 표출하고 있다.
마슈하드, 타브리즈, 시라즈의 대학생들은 유혈 진압으로 희생된 동료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시라즈의 의대생들은 지난주 연좌 농성을 벌이며 사망한 시위대와 부상자를 치료하다 체포된 의사들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쳤다.
고등학생들도 집단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테헤란에 사는 한 17세 학생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방식으로 저항의 뜻을 표하기로 했다고 WSJ에 말했다.
교사들도 학생들을 돕거나 옹호하고 나섰다. 보안군의 학교 수색을 앞두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미리 경고하며 부상자는 집에 머물라고 권고했다. 이란 교사노조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평범한 요구를 가진 사람들의 평화로운 시위는 먼지와 피로 물들었다”며 “슬픔은 우리 마음과 뼛속 깊은 곳에서 증오로 변했다”고 밝혔다.
이란 내부의 반체제 인사들도 정권 종식을 강력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나섰다. 2009년 이란 녹색 운동을 촉발한 대표적 야당 인사로 테헤란에서 가택연금 중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이란 시민사회 운동가 17명은 이란 정권의 유혈 진압을 정부 주도의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하메네이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서한 공개 이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의 각본가 메흐디 마흐무디안 등 3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7일 기준 총 6961명이 사망하고 5만1465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 처음 시위를 열었던 테헤란 그랜드바자르(전통시장) 상인들은 전국 상인들에게 지난달 8~9일의 유혈 진압에 대한 전통적인 애도 기간 40일이 끝나는 오는 17~18일에 다시 거리로 나와줄 것을 촉구했다. 이란의 한 시장 상인 협회는 “전국 각지의 이란 국민이 각자의 도시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봉기를 이어가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