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표면의 화학적 특성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
국내 연구진이 미세플라스틱 표면의 화학적 성질에 따라 뇌 염증과 신경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질소·수소가 결합한 ‘아민기(-NH₂)’가 드러난 경우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심했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유승아·임향숙 교수 연구팀(남민경 박사, 김채린 대학원생)은 미세플라스틱의 표면 화학적 특성별 뇌 신경세포의 반응을 분석해 국제학술지 ‘생태독성학 및 환경 안전(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에 게재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진은 뇌 내부의 유해 물질을 제거하며 면역세포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에 표면의 화학 구조가 서로 다른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을 노출시키는 실험을 진행한 뒤 그 결과를 분석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다양한 물질과 접촉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표면의 성질이 바뀐다. 이 과정에서 아민기(-NH₂)를 비롯, 탄소·산소·수소가 결합한 카르복실기(-COOH) 등 전기적 성질을 가진 화학 구조가 표면에 드러난다. 미세플라스틱 표면의 이런 변화가 뇌 건강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그동안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실험 결과, 아민기가 표면에 드러난 미세플라스틱은 표면이 변성되지 않은 일반 미세플라스틱이나 카르복실기가 붙은 입자보다 훨씬 빠르게 미세아교세포 안으로 침투해 강력한 염증 반응을 유도했다. 특히 아민기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미세아교세포는 염증을 일으키는 방향(M1형)으로 변화해 염증 반응을 전달하는 신호물질(TNF-α, IL-6 등)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변화의 핵심 원인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라는 기관에서 과도하게 생성되는 활성산소라는 점을 밝혀냈다. 미세플라스틱 표면의 아민기는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방해하고, 대신 산화력이 강한 활성산소인 ‘슈퍼옥사이드’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도록 유도했다. 이 때문에 과산화수소와 질소산화물 생성도 연쇄적으로 늘어나 세포의 에너지 생성 시스템을 파괴했다. 이런 변화를 겪은 뇌 면역세포는 결과적으로 주변 신경세포에까지 2차적인 손상을 입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플라스틱 표면의 특정한 성질이 뇌 면역세포를 자극하고, 그 반응이 신경세포 사멸로 이어질 수 있음이 실험으로 입증된 것이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독성 반응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비타민E 유사체인 항산화제 트롤록스(Trolox)를 세포에 처리한 결과, 활성산소 때문에 유발된 염증 신호와 신경세포 손상이 분자 수준에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 결과는 향후 미세플라스틱의 신경 독성을 예방하고 뇌를 보호하기 위한 치료전략 개발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유승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의 ‘보이지 않는 표면’이 뇌 면역반응과 신경 손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라며 “환경 유해물질과 신경퇴행성 질환의 연관성을 이해하고, 미세플라스틱의 위험도를 새롭게 정의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