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장관 “집무실에서 옳지 않다고 말해”
‘계엄 직후 사표’ 류혁 전 감찰관 증인신문도
이진관 부장판사가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심 선고 공판에서 판결문을 읽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징역 23년을 선고했던 이진관 부장판사가 9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재판에서는 “12·3 비상계엄에 반대한 게 맞느냐”고 물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이날 박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2차 공판을 열었다. 박 전 장관은 계엄에 가담해 교정시설 수용공간 확보 등을 지시하고, 김건희 여사의 수사 관련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장인 이 부장판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후 박 전 장관의 행동과 이에 관한 인식을 캐물었다. 이 부장판사는 “변호인의 말에 따르면 비상계엄에 반대했다고 한 거 같은데, 실제로 반대한 게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전 장관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은 옳지 않다고 말씀드렸다”며 “제가 반대하는 모습을 못 봤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 거 같은데, 대통령 집무실 안에서 계엄 문제에 관해 얘기하면서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밖에 나와 대접견실에서도 제 행동을 CC(폐쇄회로)TV로 봤더니, 제가 기억하지 못한 여러 행동으로 만류하는 모습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왜 반대했느냐”고 물었다. 박 전 장관은 “법률적 조항을 하나하나 따져서 말하진 못했지만 계엄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계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며 “당시 경황이 없어서 비상계엄 요건을 조항별로 따져서 설명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당시 경황이 없었다면 지금은 어떤가. 12·3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추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혐의를 받는 다른 피고인들) 재판 진행에 관한 언론보도 등을 봤을 때 법률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부장판사는 “비상계엄에 반대한 게 법적인 문제 때문인가, 정치적 상황 때문인가”라고 재차 질문했고, 박 전 장관은 “대통령께서 우려한 여러 상황을 계엄으로 해결할 순 없다며 계엄을 막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선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류 전 감찰관은 계엄 선포 직후인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30분쯤 법무부 실·국장 회의가 소집되자 회의 시작 전 사표를 제출했다. 류 전 감찰관은 당시 박 전 장관에게 “계엄 관련 회의면 명령이나 일체 지시를 내려도 따를 생각이 없다”고 말했고, 박 전 장관은 “그렇게 하세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류 전 감찰관은 회의실을 떠난 뒤 장관 비서실에서 메모지에 자필로 사직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후 류 전 감찰관은 다시 회의실에 들어가 박 전 장관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교정본부장과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내란 특검 측이 “(비상계엄) 후속 조치를 논의한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류 전 감찰관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