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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미국 시민연대는 어떻게 권력중독을 막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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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미국 시민연대는 어떻게 권력중독을 막는가

입력 2026.02.09 20:15

수정 2026.02.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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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미국 미니애폴리스는 1980년 광주를 닮았다. 중무장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거리를 휩쓸고 다니며 국가안보를 이유로 이주민·난민을 무차별 폭행·체포하고 무고한 시민을 살해했다. 국가폭력에 항의하는 시민은 테러리스트로 몰았다.

도널드 트럼프의 폭력은 가자, 베네수엘라, 그린란드에서도 목격되는 지구적 현상이다. 트럼프 정책을 이해해보겠다고 국가안보전략(NSS)·국방전략(NDS)과 같은 전략 문서를 분석하는 건 시간 낭비다. 21세기 서반구에는 미국으로부터 안보 위협을 받는 국가는 있어도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는 없다. 그럼에도 NSS는 느닷없이 서반구 지배를 미국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트럼프는 “나의 도덕성, 나의 생각만이 나를 막을 수 있다”는 내적 상태를 그대로 세계에 투사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 전략 문서가 아니라 그의 심리를 들여다봐야 한다.

댄 매캐덤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그를 ‘일화적(逸話的) 자아’로 규정했다. 보통 사람은 자신의 삶을 과거에서 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연속된 이야기로 구성하는 반면, 트럼프는, 삶을 연결되지 않는 독립적 장면의 연속으로 이해한다. 그의 삶에서 의미 있는 것은 ‘이 순간’ ‘이 장면’뿐이다. 그는 무언가를 성취하는 존재가 아닌, 매 순간 승리하는 존재여야 한다. 승리 경험 자체가 자기 정체성의 핵심이다.

그의 내면은 비어 있다. 외부 인정을 받지 못하면 자신의 실재를 느끼지 못한다. 그 공백을 메워주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중독적이다. 추방, 납치, 침공의 강박적 권력 행사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그래야만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트럼프도 미니애폴리스 시민의 단결과 조직적 저항에 후퇴했다. 국제사회도 미니애폴리스 시민과 같은 저항과 연대로 트럼프 폭주를 막을 수 있을까? 트럼프에 시달리던 국가들이 미국에 새로운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중 전략 경쟁 상황에서 서방세계의 주요 과제였던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미국과의 관계 설정으로 바뀌었다. 미국과 디커플링해야 할지, 디리스킹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미국 동맹국들은 위험분산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유럽연합은 전략적 자율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는 미국에 맞선 중견국 연대를 제안했다. 중견국 연대는 소망스럽긴 하나 국가마다 조건과 이해관계가 달라 단기 성과를 보기 어렵다. 하루하루가 급한 중견국들은 각자도생이다. 트럼프에 대한 아부·아첨, 선물 공세, 호화 행사, 대미 투자 약속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 그게 초기에는 일정한 효과를 냈다. 하지만, 트럼프는 금방 싫증을 냈고, 아첨에 이력이 난 그는 권태를 느꼈는지 다보스에서 다시 기고만장해졌다. “우리가 없으면 여기에 대표로 참석한 어떤 나라도 존재할 수 없다.” ‘강자는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약자는 당해야 할 것을 당한다’는 투키디데스 논리를 따르는 패권국 권력중독자를 제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남은 3년을 지난 1년처럼 보낼 수는 없다. 강제할 권위가 없는 국제사회와 달리 국가 단위에서는 권력통제가 가능하다.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이 증인이다. “너무 무서웠어요. 하지만 이 일이 기록되지 않는 게 더 두려웠어요.” 한 시민은 휴대폰으로 ICE 폭력을 촬영하는 이유를 그렇게 설명했다. 미니애폴리스 시민은 조를 짜 지역을 순찰하며 ICE 차량을 찍고 이동경로를 파악해 앱을 통해 실시간 전파하는 위험을 무릅썼다. 체포의 두려움 때문에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이주자·난민 가정에는 식량·생필품을 전달하며 공동체를 지켰다. 종교, 피부색, 시민·비시민을 가리지 않고 연대한 결과다.

카터센터가 제3세계를 대상으로 했던 선거 감시활동을 미국에서 하기로 한 것은 미국 추락을 증거하는 수많은 사례의 하나일 뿐이다. 트럼프는,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미국을 중남미화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 미국 선수는 미국을 대표하는 것의 부끄러움을 고백하면서 “나는 미국에 대해 좋다고 믿는 가치를 대표하러 왔다”고 했다.

미국을 진정 위대하게,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하나뿐이다. 미국 시민연대로 중간선거에서 그의 권력을 거세하는 것이다. 모든 일은 2025년 워싱턴에서 시작됐다. 그 일을 끝내야 할 곳도 워싱턴이다.

이대근 우석대 석좌교수

이대근 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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