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긴급 좌담회
재계 ‘경영권 방어 필요’ 주장에 “이사회 중심 경영 백지화 의미” 반박
차등의결권엔 “이미 지배력 높아…쿠팡 같은 괴물 수천개 탄생” 지적
재계에서 정부·여당이 다음달 초 통과를 추진하는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두고 ‘경영권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이 “지배구조 개혁이 후퇴하면 코스피 5000이 2500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은 이사회 중심 경영을 백지화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특히 차등의결권(일부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이 도입되면 “쿠팡 같은 괴물이 수백, 수천개 탄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9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경영권 안전장치 어불성설인 이유?’ 긴급 좌담회를 열고 3차 상법 개정안 통과 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차등의결권과 포이즌 필(독약조항)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김규식 비스타글로벌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변호사)는 “경영은 이사회가 주주 전체를 위해 복무해야 하는 책임을 의미하는 것이지 사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가 아니다”라며 “경영권이라는 용어를 영원히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경영권 방어 수단을 인정하는 순간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방어 수단이 없다”며 “경영권 방어를 제도화한다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총수가) 제도적으로 회피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쿠팡 김범석 의장이 엄청난 권한을 행사하고 전횡하는 근거는 차등의결권”이라며 “국내에 도입되면 나쁜 의도를 가진 지배주주가 있는 곳에선 쿠팡 같은 괴물이 수백, 수천개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동주의펀드를 운영하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코스피200 기업의 93%가 지배주주가 있고 평균 지분율은 41.8%”라며 “전 세계에서 주주가 가장 잘 분산된 시장인 미국, 영국, 일본에선 차등의결권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배주주 위주인 만큼 완전히 다른 시장”이라고 짚었다.
그는 “해외에선 중복상장도 허용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중복상장을 통해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손자회사까지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차등의결권이 존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도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은 ‘이사회 중심 경영’ 및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백지화된다는 의미”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회가 노력해 코스피 5000이 왔지만 지난해 4월의 2500으로도 내려갈 수 있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고 그동안 열심히 해온 자본시장 개혁이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으로 완전히 후퇴한다면 우리나라의 주가는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