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들어 차례와 제사가 혼용
상차림 점차 대형화 관행된 것
대추·탕 등 의례용 제물 불필요
본래 의미에 맞게 간소화해야”
안동 진성이씨 퇴계 종가의 차례상. 술과 떡국, 명태전, 북어, 과일 한 접시 등 간소하게 차려져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설 명절을 앞두고 한국국학진흥원이 차례와 제사를 구분하는 전통 예법을 정리해 공개했다. 차례는 ‘예(禮)’에 해당하는 의식으로, 상차림을 간소하게 하는 것이 본래 전통이라는 설명이다.
10일 진흥원이 ‘주자가례’와 종가 고문서, 조선시대 일기류 등 전통 문헌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차례는 술과 과일, 떡 등 최소한의 음식만 올리는 간단한 예식으로 기록돼 있다. 음식의 종류나 가짓수, 배열을 엄격히 정해 둔 규정도 따로 없다. 현재처럼 여러 전과 탕, 적, 나물 등을 갖추는 상차림은 후대에 형성된 관행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조선 선비들은 차례를 ‘예’로 불렀고 일상적인 예법의 하나로 여겼다. 안동 광산김씨 김령의 일기 ‘계암일록’에는 새해 첫날 차례를 ‘헌례’ ‘작례’ 등으로 표현하며 가볍게 술과 음식을 올리는 의식으로 기록돼 있다.
‘주자가례’에는 술과 차, 제철 과일 정도만 올리게 돼 있으며 음식 가짓수에 대한 엄격한 규칙도 없다. 안동 의성김씨 서산 김흥락이 1852년 작성한 ‘가제의’의 차례상에는 술·떡·국수(만두)·육적·탕 2종·과일 4종이 기록돼 있다. 주자가례보다 많은 편이지만, 오늘날 차례상과 비교하면 간소한 편이다. 안동 진성이씨 퇴계 종가의 차례상 역시 술·떡국·명태전·북어·과일 한 접시 정도로 구성돼 있다.
진흥원은 “상차림의 규모보다 예를 갖추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둔 것이 전통 방식”이라고 밝혔다.
차례와 제사는 의식의 시간과 대상도 다르다. 차례는 설과 추석 등 명절 아침 조상에게 안부를 전하는 생활 예법이지만, 제사는 기일 밤 혼령을 모셔 정성껏 음식을 올리는 의식이다. 절차와 형식도 제사가 훨씬 엄격하고 복잡하다.
진흥원은 현대에 들어 차례와 제사가 혼용되면서 상차림이 점차 대형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라는 이유로 차례상이 제사상보다 더 성대해졌고, 이로 인해 가사 노동과 비용 부담이 커져 이른바 ‘명절 증후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진흥원은 차례의 본래 의미에 맞게 대추·밤·탕·포 등 의례용 제물은 줄이고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명절 음식 중심으로 상차림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차례는 조상에게 안부를 전하는 의식인 만큼 제사처럼 상을 크게 차리는 것은 예법의 취지와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