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18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사건에서 법원이 세 차례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특검 별건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 다만 개별 재판부마다 ‘별건 수사’로 판단한 기준이 달라, 특검은 공소기각 판결을 끝까지 다퉈볼 예정이다. 특검은 앞서 국정농단 특검이 수사권을 인정받은 ‘문체부 블랙리스트’ 판례를 검토 중이다.
1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은 지금까지 1심 판결이 나온 김건희 특검 기소 사건 7건 가운데 3건에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특검법 제정 당시에도 지적된 별건 수사 우려가 현실이 됐다.
재판부마다 ‘수사권’ 판단 기준 달라
법원의 공소기각 판단은 특검이 ‘관련 범죄’로 수사한 사건에 몰렸다. 특검법 제2조 제1항 제16호는 ‘각 호에 해당하는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를 특검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
법원은 이 규정을 적용해 ‘관련 범죄’로 볼 수 있으려면, 특검법에 명시된 김 여사 의혹과 ‘합리적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 별로 ‘합리적 관련성’으로 주목한 지점은 조금씩 달랐다.
김모 국토부 서기관의 뇌물 혐의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시간적·인적 연관성’에 초점을 맞췄다.
재판부는 김 서기관이 용역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범행 시기가 2023년 6월부터 2024년 12월인데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이미 2022년 말에 종료된 행위이므로 시간적 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김 여사 일가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국토부 공무원 등이 김 서기관의 뇌물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인적 연관성이 있더라도, 특검법 취지상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면 수사를 함부로 넓힐 수 없다는 판단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증거인멸 혐의를 공소기각 하면서 “특검법은 국정농단이나 선거개입 주체로 통일교 측을 전혀 예정하고 있지 않다”며 “통일교 전반에 대해 수사범위를 확대하는 것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검은 통일교 측이 김 여사와 유착관계를 형성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원정 도박 수사 정보를 입수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다가 윤 전 본부장의 증거 인멸 혐의를 인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실이라고 해도 이러한 행위는 특검법에서 정하는 ‘국정개입 및 인사개입’ ‘대통령실의 국가기밀을 유출’ 등 (수사 대상)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여사 의혹을 위한 ‘수사 필요성’에 따라, 범죄 관련성을 달리 판단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이현경)는 김 여사 측근인 김예성씨의 횡령 혐의 중 일부만 수사권을 인정했다. 김씨가 기업들로부터 받은 투자금 중 24억3000만원만 김 여사 측으로 부당하게 흘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씨가 가족 명의로 허위 급여 등을 가장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선 “김 여사와의 연관성이나 투자금 귀속처를 확인해야 할 수사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의혹의 중요 수사 대상인 투자금과도 무관하다”며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검 ‘문체부 블랙리스트’ 판례 검토
다른 수사기관이 먼저 수사를 시작했어도, 특검이 관련성을 인식했다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넓게 판단한 재판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현복)는 김상민 전 검사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차량 리스비를 대납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특검 수사권을 인정하면서 “특검법상 ‘인지된’의 구체적 의미는 ‘수사개시 절차로서의 수사기관의 인지’가 아니라 ‘특검이 (특검법에 명시된) 각호 사건과의 관련성을 인식하게 된 것’을 의미하는 개념”이라고 봤다.
이 재판부는 또 특검 수사권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으로 특검법상 수사 대상 사건과의 목적 관련성, 시간적 관련성, 수단 관련성, 결과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김 전 검사의 선거 준비 과정은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수사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네 요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공소기각 판단이 조금씩 차이가 나자, 특검 측은 불복해 다투기로 했다. 특검은 수사권을 인정받은 선례로 ‘문체부 블랙리스트’ 판례를 검토 중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7년 2월 구속 수사를 받던 상태에서 자신이 국정농단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서울고법에 이의신청을 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특검법에서 규정한 개별 의혹 사건과 합리적인 관련성이 인정된다면 법에 열거되지 않은 사람이라도 특검의 수사 및 기소 대상이 된다”며 기각했다. 이후 1심에서 대법원까지 특검 수사권이 모두 인정됐고, 김 전 실장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