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개혁파 야당 정치인 7명 체포
“하메네이 퇴진, 권력 이양 요구 성명서 준비 중”
페제시키안 대통령 당선 공신 체포
대통령 입지 ‘흔들’
내부 단속뿐 아니라 해외에 “강경파 건재” 메시지
아자르 만수리 이란 개혁전선 대표. 위키피디아
이란 정권이 정부에 비판적인 개혁파 인사들을 대거 체포하고 나섰다. 지난달 이란 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으로 수천명이 숨지면서 이란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개혁파 내부에서도 커지자 정권이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과 핵 협상 국면에서 정권의 건재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개혁파 정당의 연합인 개혁전선의 아자르 만수리 대표 등 야당 인사 최소 7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개혁전선은 이란 신정 체제 내부에서 점진적 개혁을 요구하는 정치 세력들의 연합체다. 최근 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으로 개혁파 인사들의 정권 비판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란 정권이 탄압을 확대하고 나섰다.
이슬람이란인민정당연합(UIIPP)을 이끄는 만수리는 이란 여성 권리 증진과 시민운동에 참여해 온 개혁주의 정치인으로 지난달 26일 이란 정권의 유혈 진압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우리는 이 소중한 사람들의 피가 잊히거나 진실이 먼지 속에 묻히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 가운데는 1979년 미국 대사관 점거 사태를 주도했던 원로 정치인 에브라힘 아스가르자데, 14년째 자택 연금 중인 개혁파 지도자 메흐디 카루비 전 총리의 아들 호세인 카루비도 포함됐다. 카루비는 최근 아버지가 발표한 정부 비판 성명을 작성하고 배포한 배후로 지목됐다.
개혁파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냈던 모흐센 아민자데도 구금됐다. 전직 고위 관리들조차 체포의 위험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영국 기반 매체 이란와이어는 지적했다.
NYT는 개혁전선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임과 대통령에게 권력 이양을 위한 과도 통치위원회를 준비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작성 중이었다고 전했다. 이를 논의하는 단체 고위 간부 회의의 녹음 파일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되기도 했다.
이란 검찰은 이들이 “미국과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군사적 위협 속에서 국가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교란하려는 활동을 조직하고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체포로 개혁전선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BBC는 이란 신정 체제 내에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개인적 입지와 대통령직 자체의 취약함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BBC는 또한 지난 6일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오만에서 재개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개혁파 인사들이 체포된 데 대해 이란 내부에서 강경파가 여전히 실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국제위기그룹의 이란 담당 선임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개혁파 인사들의 체포가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 국면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권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생존을 위해 싸울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며 “국내에서 일반 대중이든 정치 엘리트든 어떤 형태의 반대 의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해외에도 정권이 여전히 막강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은 이번 시위로 696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사망자가 3만65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