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핵발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이재명 정부에서도 그대로 강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26기 핵발전이 가동되고 있고 총 전력 생산의 3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2016년 이후 20%대로 하락했던 핵발전 비중이 2024년에 30%로 올라갔고, 앞으로도 더 올라갈 예정이다. 한국보다 전력을 많이 쓰는 나라에서 한국보다 핵발전 비중이 높은 나라는 없다.
한국의 핵발전 비중 상승은 과연 일부 언론 지적처럼 최근 ‘원전 르네상스’로 인한 자연스러운 흐름일까? 그렇지 않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의 글로벌 추세는 사실 전혀 다른 차원에서 매우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크게 보면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국가’를 향한 거대한 흐름이 가속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국 등 일부에서 기존의 ‘화석국가’로 남으려는 마지막 저항이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역사학자 닐스 길먼은 이를 ‘생태학적 냉전’이라고 불렀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전 세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산업과 교통, 도시와 농업 등 사회의 모든 방면에서 화석연료부터 벗어나는 세기적인 전환에 나섰다. 이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매일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고, 2035년까지 휘발유 자동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또한 전 세계 건물의 절반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로 개조하고, 석탄 소비량을 90% 감축하는 등 ‘상상만 해도 경이로운’ 전환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모든 에너지의 ‘전기화’다. 지금도 80%에 가까운 에너지는 전기가 아닌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얻는다. 하지만 앞으로 산업 공정과 건물의 냉난방, 자동차와 모든 교통수단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 대부분을 전기로 충당해야 하고, 바로 그 전기는 태양광과 풍력, 배터리에서 나와야 한다. 세계는 지금 이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한 세대 안에 역사상 전례 없는 대규모의 산업 전환과 도시 전환이 이어질 것이다. 세기적 ‘녹색 전환(GX)’ 프로젝트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며, ‘인공지능 전환(AX)’도 결국 녹색 전환의 진전 여부에 따라 한계 지워질 것이다.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화를 향해 질주하는 국가를 ‘전기국가’라고 부른다.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산업 비중이 증가하고 녹색 기술 중심으로 전환된 글로벌 제조업 초강대국이 바로 전기국가다. 유럽이 선도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중국이 다수의 개발도상국을 대열로 끌어들이며 주도하는 양상이다. 2024년 한 해에 국내에 신설한 태양광 280GW(기가와트), 해외에 수출한 태양광 230GW라는 놀라운 규모가 말해주듯이, 중국은 재생에너지 제조와 설비 모든 방면에서 압도적이다. 그 결과 2023년 전기화 비율 32%를 달성했으며 매년 약 1%포인트씩 증가하고 있다. 20%대 초중반에 정체한 미국이나 선진국과 확연히 비교된다.
그런데 셰일가스 붐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떠오른 미국이 트럼프 집권 후에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려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며 이른바 ‘화석국가’로 회귀하는 역류가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한쪽에는 기후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추구하는 유럽과 중국, 개발도상국이 자리 잡고, 반대편에는 탄소 기반 산업을 고집하는 산유국이 버티는 형세가 만들어졌다는 게 닐스 길먼의 진단이다. 한편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도 똑같은 접근법으로 미·중 경쟁 구도를 화석국가와 전기국가의 경쟁으로 묘사해왔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세계적 추세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핵발전’을 최대 에너지원으로 삼으려는 돌발 행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 20위 안의 국가 가운데 우리보다 전력 생산에서 핵발전 비중이 높은 국가는 프랑스뿐인데, 한때 80% 가까운 비중이 지금은 70% 밑으로 떨어졌다. 핵발전 비중이 50%에 달했던 북유럽 스웨덴 역시 급격히 비중을 줄여 지금은 우리보다 낮다.
핵발전 부활의 구실로 AI 등장을 말하지만, 데이터센터 전력은 재생에너지와 배터리의 조합으로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 앞으로 에너지 전환이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그 위에 올라설 산업과 경제, 그리고 도시와 시민의 삶의 전망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한국이 ‘핵발전국가’라는 고립된 방향을 자초한다면, 미래의 거대한 녹색 산업 기회는 사라질 것이고, 에너지 안보나 시민 안전 모두 위태로워질 것이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