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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ICE에 맞서는 ‘이웃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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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ICE에 맞서는 ‘이웃주의’

입력 2026.02.10 19:46

수정 2026.02.1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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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러스트벨트 도시인 샬러로이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다녀왔다. 두 도시 모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샬러로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9월 대선 유세 당시 아이티 이민자들이 도시를 장악했다고 좌표를 찍어준 곳으로, ‘대통령이 허락한 혐오’ 때문에 지금까지도 몸살을 앓고 있다. 그곳에서 아이티 이민자를 위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한 교회를 찾았다.

이 교회의 랜디 오드 목사는 샬러로이로 밀려온 아이티 이민자들을 처음 교회에 받아들일 때 굳이 기존 교인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했다. 이민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팔래치아산맥에 위치한 이 도시는 ‘레드넥’이라 불리는 보수적인 저소득층 백인 노동자들이 사는 지역이다. 크리스마스 때 오드 목사가 아이티인들과 함께 아이티 언어인 크레올어로 성가를 부르자 한 교인이 항의했다. “이건 내가 알던 교회가 아니에요.”

그때 나선 게 쿠키였다고 오드 목사는 회상했다. “오, 맞아요. 이건 우리가 알던 교회가 아니에요. 그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훨씬 더 나은 교회죠!” 쿠키는 80여년 전 갓난아기일 때 이 마을에 와서 유리·석탄 산업도시로 전성기를 누리다가 러스트벨트로 쇠락한 샬러로이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본 터줏대감이다. 그런 그의 단호한 한마디는 교회 공동체가 공동체로 기능할 수 있게 해주는 열쇠가 됐을 것이다.

미니애폴리스에선 이웃을 지키려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목격했다. 피부색과 억양만으로 무차별 체포하는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붙잡힐까 두려워 마트에도 가지 못하는 이민자들에게 식량 상자를 배달하는 봉사자를 따라 차에서 내릴 때마다 어디선가 우리를 지켜보는 시선을 느꼈다. 낯선 차량이 들어오면 혹시 이웃을 잡으러 온 ICE인지 아닌지 그 골목의 집들이 커튼 너머로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 청년들은 차량의 흐름을 느리게 만들기 위해 교차로에 상주하고 있었다. 영하 20도의 날씨에 말이다.

디애틀랜틱은 ICE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신념을 ‘이웃주의’라 규정했다. 그것은 내 이웃이 미니애폴리스든, 모가디슈든, 포르토프랭스든 어디에서 태어났는지에 상관없이 보호하겠다는 신념이다.

J D 밴스 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영어를 쓰지 않고 여러 가구가 한 집에 세 들어 사는 이민자 때문에 미국 시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 옆에서 살고 싶을 뿐, 낯선 사람들 옆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민자와 이웃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교회에서 이민자를 배척해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게 된다.

그러나 인간에겐 비타산적인 공동체가 필요하다. 공동체의 기본 단위인 마을과 교회와 이웃의 기준을 인종과 소득, 언어로 구분하면 그것은 더 이상 공동체가 아니다. 인위적이고 타산적인 이익집단일 뿐이다. 지금 미국 시민들은 피와 살로 이뤄진 내 이웃을 지킴과 동시에, 이웃이란 개념 자체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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