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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과 극우

입력 2026.02.10 19:47

22대 국회에서 두 번째로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었다. 차별금지법이 한시라도 빨리 제정되기를 기원한다.

최근에 차별금지법과 극우에 대한 발표를 하게 되어 극우와 파시즘에 대해 억지로 공부를 했다. 그리고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공동발간한 ‘극우리포트’를 열심히 공부했다. 요약하자면 극우와 파시즘은 민족주의를 표방하며 권위주의, 즉 ‘질서 잡힌 사회’를 이상화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여기서 질서란 수직적인 질서이다. 극우도 파시스트도 어떤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우월하며 그러므로 불평등한 사회가 자연스럽다고 믿는다. 벌써 여기서부터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극우의 특징 중에 토착주의, 즉 자생적인 민족이 국가를 점유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이는 쉽게 인종차별로 이어진다. 내란 일당이 “중국인이 조작한 부정선거”라는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내란 사유로 들이댔던 것이 그 예다. 그런데 한국에서 자칭 극우라고 하는 집단의 토착주의는 상당히 이상하다. 중국인은 혐오하면서 미국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트럼프가 내란 수괴를 구해줄 것이라고 외친다.

한국식 자칭 극우는 그러니까 그냥 노예 근성에 찌든 백인 사대주의자다. 진짜 극우는 자기 민족이 자기 나라를 점유해야 한다고 믿는다. 한국의 자칭 극우는 한국이 약소국, 빈민국으로 남아 미국의 원조를 받으며 기생하기를 원한다. 한국 극우는 매국노다.

파시즘은 극우와는 또 다른 특징을 보인다. 한국에서 자칭 ‘극우’는 많이 보았지만 본인이 스스로 ‘파시스트’라고 주장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마 공부를 안 해서 파시즘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그런 모양이다. 파시스트들이 경향신문을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 나왔으니 그것을 알려주겠다. 파시즘은 이탈리아어 ‘fascio’(동맹)에서 온 단어이다. 파시스트들은 법적, 윤리적 제재 없이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이것이 가장 위험한 대목이다. 파시즘은 ‘정서적인 정치 양식’이다. 파시스트들은 질서를 유지하고 권력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정서적이고 열정적인 믿음 아래 감정적으로 폭력을 사용한다. 서부지법 폭동을 일으켰던 범인들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하면 반대파들은 소속 정당이나 정파에 관련 없이 대부분 ‘동성애’(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이 아니고 꼭 ‘동성애’라고 하더라)와 연관지어 반론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한국에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진짜 이유는 파시즘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란도 일어났고 법원이 습격당했는데 지금 동성애 같은 엉뚱한 핑계를 대면서 차별금지법을 회피할 때가 아니다.

파시스트들은 특정 집단이 사회 안의 다른 집단보다 당연히 우월하므로 사회는 불평등해야 하고, 그 불평등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원을 깨부수고 중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을 위협해도 된다고 믿으며, 그런 무제한의 폭력을 휘두를 수 없으면 사회가 불의하여 자신들이 고통받는 피해자라고 믿는다.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은 결과 현재 미국에서 이민국 요원들이 길에서 아무나 쏘아죽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판사가 중국인이라서 내란 일당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왔다’ ‘국회의원이 중국인이다’ 등의 거짓말은 사회관계망과 극우 언론을 타고 열심히 퍼져 나갔다. 현재 한국 법률상 외국인은 공무원이 될 수 없지만 열정적이고 정서적인 정치 양상에 물든 파시스트들은 그런 거 상관하지 않는다. 불평등한 사회를 위한 무도한 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고 법과 제도로 못 박지 않으면 이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혐오 발언을 규제하자는 이전의 법안 등을 보면 정치인과 입법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에 당장 위협이 되는 몇가지 문제만 땜질식으로 대처하려 드는 것 같다. 왜냐하면 수직적인 권력질서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자신들을 열정적으로 숭배하며 반대파에게는 필요하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주는 지지자를 모아 표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파시스트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지금 당장. 야만과 폭력의 나라가 되지 않기 위한 첫 발걸음이 차별금지법이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

정보라 소설가

정보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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