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명동성당 미사에서 축사
“북측도 2020년, 2015년 유감 표명한 적 있어”
화해 분위기 조성 노력…앞선 사과 비판 나올수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이번에 일어난 무모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북측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한국 무인기 침투 주장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처음 유감을 표한 것이다.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의 축사에서 “이재명 정부는 남북 간 상호인정과 평화공존을 추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장관은 “오늘 군·경 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는 ‘접경지역에서 북으로 무인기를 날린 민간인들과 이들의 행위에 관여한 혐의가 있는 현역 군인과 국가정보원 직원을 입건하고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말했다. 군·경 합동조사 TF는 북한이 지난달 4일과 지난해 9월 침투했다고 주장한 무인기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 (윤석열) 정권은 2024년 10월 군대를 동원해 무려 11차례에 걸쳐 18개의 무인기를 북한에 보내 대남 공격을 유도했다”며 “이에 대해서는 형법상 일반이적죄가 적용돼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정 장관은 “북측은 2020년 서해공무원 피격사건 당시 최고 지도자가 직접 남녘 동포들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사과 의사를 밝힌 바 있다”며 “(2015년 8월) 목함지뢰로 인해 우리 군인들이 부상당한 행위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한 바도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이날 유감 표명은 북한과 대화 재개를 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3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서울 당국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다음 날 정 장관은 군·경 합동조사 TF의 수사 결과와 윤 전 대통령의 재판 결과가 나오는 대로 “상응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측은 정 장관의 유감 표명이 북한이 지난달 4일과 지난해 9월 침투했다고 주장한 무인기에 대한 것으로 국한된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유감 표명이 앞서갔다는 비판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군·경 합동조사 TF는 아직 중간수사 결과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는 4월 미·중 정상의 만남 전에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통일부 입장에서 수사 결과를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사 결과가 나온 뒤 당사자에 대한 법적인 처벌로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거나 정부 개입 여부에 대한 대국민 해명 등 다양한 대북 메시지 발신 방식이 있다”며 “이날 유감 표명이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힐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발언이 정부 내 이견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 장관은 ‘유감 표명에 대해 청와대와 소통이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통일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정 장관이 무인기 사과 취지의 발언을 내놓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금은 북한과 함께 무엇을 하는 단계라기보다는 우리 안에서 파악하는 단계”라며 “북한과 관련해선 냉정히, 냉철히,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통일부와 청와대는 한·미연합연습의 선제적 조정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