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사항 준수한 사업자 반발 크고
정책 신뢰성 훼손·임대 축소 우려도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5회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 임대사업자에게 부여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특례를 고치자는 주장을 여러차례 하면서 관련한 제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는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나는 다주택자의 세제 혜택을 줄일지 본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준 양도세 중과 예외 등을 폐지하면 다주택자의 일부 매물이 시장에 풀릴 수 있어 집값 안정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미 혜택을 약속하고 의무 사항을 지킨 사람들에게 이를 거두면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임대 공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등록 임대주택의 경우) 의무임대기간이 지나도 백년이고 천년이고 중과하지 않으면, 그때 샀던 사람 중에는 300~500채를 가진 사람도 많은데 양도세 중과 없이 20년 후에 팔아도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적정한 기간을 정하고 그 후엔 일반주택처럼 똑같이 (중과해야한다)” 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오는 5월10일부터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양도세 중과가 등록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1994년 시작된 등록임대사업자제도는 2017년 문재인 정부때 활성화됐다. 연 임대료 인상률(5%)을 제한하고 의무 임대 기간(8~10년) 등의 요건을 갖추면 각종 세제 혜택을 준다. 의무임대 기간이 지나면 재산세·종부세 감면 혜택은 받지 못하지만 양도세 중과 제외 혜택은 계속 받게 된다.
세제 혜택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2020년 8월부턴 아파트에 대한 매입임대주택 신규 등록은 중단됐다. 현재 서울의 매입 임대주택 등록 아파트는 약 4만2500가구로 추산된다. 올해부터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7년~2018년 집중적으로 등록된 매입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이 본격적으로 종료되기 때문에 올해 임대의무기간이 끝나는 서울 아파트 물량은 2만가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무한정 세제 혜택을 주는 자체가 불합리하고, 양도세 중과를 하게 되면 일부 매물이 시장에 풀려 즉각적 공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애널리스트 출신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그대로 두면 임대사업자에겐 최대 차익을 볼 때까지 주택을 팔지 않을 유인이 계속 존재한다”라며 “기한을 설정해 혜택을 폐지하는 게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타당하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동안 의무사항을 준수한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크고, 무엇보다 정부에서 약속한 제도를 뒤집는다는 점에서 정책 신뢰성 저하와 소급 적용 논란도 제기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재 나오는 양도세 중과 회피 매물에 더해 임대사업자 보유 아파트까지 시장에 나온다면 단기적으로 서울 집값 안정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존 제도에 따라 부여된 혜택을 없애는 것이어서 정부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한계는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등록임대주택은 공공임대주택에 준하는 역할을 민간이 수행하는 대신 강력한 규제와 의무를 전제로 제한적 과세 특례를 부여한 정책적 계약”이라며 “등록 당시와 다른 소급적 정책이 반복되면 국민이 과연 국가 정책을 신뢰할 수 있나”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임대주택 매도를 종용하면 임대 공급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