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국가 대표로 출전한 블라디슬라브 헤라스케비치가 훈련하는 동안 ‘추모 헬멧’을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국가 대표로 출전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금지 조치에 불복하며 ‘추모 헬멧’을 쓰고 경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헤라스케비치는 10일(현지시간) “오늘 우리가 올림픽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사망한 선수들의 희생 때문”이라며 “그들은 경기 당일에도 나와 함께할 자격이 있다. 그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훈련하는 날은 물론 경기 날에도 추모 헬멧을 쓸 것”이라며 “우리가 어떤 법이나 규칙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헤라스케비치는 지난 9일 훈련에서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숨진 우크라이나 스포츠 선수 20여명의 모습이 새겨진 추모 헬멧을 쓰고 연습 주행을 해 주목받았다. 그의 헬멧에는 전쟁터에서 숨진 역도, 권투, 아이스하키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담겼다. 주거지가 러시아군 폭격을 당해 숨진 9세·11세 등 어린 선수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IOC는 앞서 올림픽 기간 정치적 메시지를 금지하는 규정을 근거로 헤라스케비치의 헬멧 사용을 불허했다.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올림픽 경기장, 시설 또는 기타 장소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올림픽 헌장 제50조2항을 어겼다고 본 것이다. 대신 헤라스케비치가 경기에서 검은색 추모 완장을 착용하는 것은 허용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국가 대표로 출전한 블라디슬라브 헤라스케비치가 쓰고 있는 ‘추모 헬멧’에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숨진 우크라이나 스포츠 선수 20여명의 모습이 담겨있다. AP연합뉴스
헤라스케비치는 “IOC가 가진 모든 완장으로도 전쟁으로 숨진 모든 선수를 기리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며 절충안도 거부했다. 또 아무런 문구 없이 사망한 선수들의 모습만 담긴 자신의 헬멧이 어떻게 선전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루지 대표선수 올레나 스마하도 장갑에 ‘추모는 위반이 아니다’고 적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엑스에 “이 진실은 불편하거나 부적절하거나, 스포츠에서의 정치적 시위로 불릴 수 없다”며 “우리의 투쟁이 치러야 했던 대가를 전 세계에 상기시켜준 헤라스케비치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평화와 생명을 위하는 올림픽 정신에 충실하다. 러시아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올림픽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스포츠계에서 3000명 이상이 군에 입대했으며, 600명 이상이 전사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단은 훈련시설 등이 파괴된 탓에 해외에서 훈련을 해왔다고 키이우포스트 등 우크라이나 현재 매체들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올림픽이 진행 중인 전날에도 러시아의 공습을 받아 전역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주요 요충지를 조만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전했다. 최근 1년 넘게 우크라이나 거점 도시를 하나도 점령하지 못한 채 소모전을 이어오던 러시아군이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개월 안에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와 미르노흐라드, 자포리자주 홀리아이폴레 지역을 완전히 장악할 태세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NYT는 러시아가 이 지역들을 모두 점령할 경우 미국이 중재하는 평화회담에서 러시아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