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 폐암 발생 관련 주요 위험인자 규명
만성폐쇄성폐질환 앓는 경우 7.26배 치솟아
실업 상태인 경우에도 폐암 위험 1.32배 증가
비흡연자의 폐암 발병 위험인자를 규명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비흡연자이더라도 만성 폐질환을 앓았거나 가족력이 있으면 폐암 발병 위험이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김홍관·이정희 교수,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지원준 교수·곽현석 전공의 공동 연구팀은 국내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위험인자를 규명해 호흡기 분야 국제학술지 ‘체스트(CHEST)’에 발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6~2020년 비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은 비흡연자 3000명과 폐에 이상이 없는 대조군 3000명을 일대일로 짝지어 위험 요인을 정밀 분석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신규 폐암 환자 중 반 이상이 비흡연자라는 통계도 나왔듯 흡연력 기준만으로는 모든 폐암 환자의 발병 위험 요인을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흡연 외에 폐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다양한 인자를 찾아내 예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만성 폐질환 병력이 비흡연자 폐암 발병의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로 확인됐다. 흡연 경험이 없더라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결핵 등을 앓은 경험이 있으면 폐암 발병 위험이 대조군 대비 2.91배 높았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폐암에 걸릴 위험이 7.26배까지 치솟았다. 연구진은 폐에 지속되는 만성적인 염증반응이 폐암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력도 비흡연 폐암 환자의 발병 위험을 높인 요인으로 꼽혔다. 1촌 이내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1.23배 높았으며, 특히 형제자매가 폐암 병력이 있을 때 위험도는 1.54배로 더욱 두드러졌다.
사회·경제적 요인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비수도권 거주자의 폐암 위험은 수도권 거주자보다 2.81배 높게 나타나 지역 간 산업·환경적 차이나 의료 접근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업 상태인 경우에도 폐암 위험이 1.32배 증가해 경제적 요인이 건강 관리 및 의료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흡연자 폐암이 단일 요인이 아닌 기저질환, 가족력, 사회·환경적 요인 등 복합적인 배경에서 발생함을 시사한다”며 “기존 흡연자 중심의 검진 체계를 넘어, 비흡연자라도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새로운 예방 및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홍관 교수는 “‘폐암은 흡연 때문’이라는 인식 탓에 비흡연자들은 상대적으로 폐 건강에 소홀하기 쉽다”며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만성 폐질환이 있거나 폐암 가족력이 있다면 정기적인 검진과 세심한 관리를 통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