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정의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의무화’ 정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노도현 기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다음달 정식 도입을 앞둔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의무화 정책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디지털정의네트워크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정보인권연구소, 참여연대는 1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인정보위에 철저한 조사와 함께 관계부처에 대해 정책 중단 또는 재검토 및 시정조치를 권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23일부터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절차를 시범 적용했고, 다음달 23일 정식으로 도입한다. 명분은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대포폰’ 근절이다. 정부는 인증에 사용된 생체정보를 별도로 보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안면정보와 같은 생체인식정보를 민감정보로 규정하고 원칙적으로 그 처리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는 경우 또는 법령에서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용자가 다른 대체수단 없이 안면정보 제공을 강요받기 때문에 ‘적법한 동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봤다. 최호웅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은 “개인정보보호법에서의 동의란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동의를 의미한다”며 “반드시 얼굴정보를 제공해야만 하는 건 ‘강요된 동의’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에 안면인증 정책에 대한 특별한 근거 규정이 존재하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설령 형식적인 법률상 근거가 마련된다고 해도, 안면인증 의무화 정책이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금융 사기를 예방하겠다는 공익적 목적보다 안면인증을 통해 침해되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대포폰을 차지하는 알뜰폰뿐만 아니라 모든 휴대전화 개통에 일괄적으로 안면인증을 의무화하는 점, 얼굴정보는 변경이 불가능해 한 번 유출되면 피해를 회복할 수 없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희우 디지털정의네트워크 활동가는 “사회 구성원이 일상에서 필수적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얼굴정보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 기본 조건처럼 자리잡는 점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안면인증은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대체 수단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장애인·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경우 안면인증 실패 가능성이 높아 서비스 이용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앞서 송경희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리 개인정보를 많이 활용하는 시대가 되더라도 기본적인 원칙은 최소로 수집하고 덜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안면인증 의무화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