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16세기 영국 과학자 윌리엄 길버트가 전기를 자기와 구별 짓고 ‘Electricity(전기)’라고 이름 붙였을 때만 해도 이 재화가 인간을 이토록 지배할 것이라 상상치는 못했을 것이다. 전기 없는 현대의 삶은 잠시도 존재하기 어렵다. 적어도 20세기 이후는 ‘호모 일렉트리쿠스’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공기만큼이나 필수적인 이 재화는 정부의 정책적 고민 대상이 되었다. 가격을 매길 수 없이 중요하지만, 가격이 없는 공기와 달리 전기에 매겨진 요금을 국민은 세금처럼 느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9일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산업용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김 장관은 “수도권에서 멀수록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면 전기요금이라도 싸야 기업이 지방으로 갈 유인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했다. 지역균형 발전의 정책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반 국민에 대한 적용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사는 곳이 다르다고 필수재인 전기요금을 달리 내야 한다면 차별로 여길 수있다. 하지만 전기는 소비자에게 닿기까지 큰 비용이 발생한다. 직접 비용만이 아니다. 발전소와 송전선로 주변 주민들은 늘 환경·건강·안전 문제를 비용으로 지불한다. 인구 밀집도에 따라 전기 수요도 다르다. 생산·소비자가 다르고, 수요·공급에 차이가 있다면 가격이 달라지는 게 자연스러운 시장경제학의 자원배분 원리다.
한국은행이 11일 공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에 따르면 비수도권 출생으로 고향에 남은 자녀 세대의 ‘가난 대물림’이 심화했다. 고향에 남은 비수도권 출생 자녀 세대가 소득 하위 50%에 그대로 머문 비율이 1971~1985년생은 58.8%였으나 1986~1990년생은 80.9%로 급격히 악화했다.
비단 경제 논리가 아니더라도 균형발전이 절박한 국가 과제가 된 지금 전기요금 지역차등제는 검토할 만하다. 불균형이 초래한 ‘저출생·양극화·사회분열’의 암울한 경로를 바꾸는 나침반일 수 있다. 과거 한국사회가 급속한 고도성장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 대가를 지불할 때도 됐다. 그 수혜를 입은 국민들도 값싼 전기와 ‘헤어질 결심’을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