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스와이처 USTR 부대표와 한국서 회동
미국 행정부, 지지율 하락에 조바심…“한국 속도 처지면 더 위험”
발언하는 여한구 통상본부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검토하는 가운데 한·미 통상당국이 디지털 분야 등 비관세 장벽 문제를 놓고 협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함께 대미 주요 투자국인 일본·대만에도 투자 속도를 올리기를 요구하고 있다. 통상업계에서는 한국만 언급되는 상황보다는 나아졌지만, 관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인 속도를 맞춰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통상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이 11일 서울에서 릭 스와이처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미 대표단을 만나 한·미 정상 간 공동설명자료 비관세 분야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상세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미 양국은 관세협상을 타결하며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을 준수하는 미국산 자동차를 제조사별로 연간 5만대까지 추가 개조 없이 수입할 수 있도록 한 조치의 상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분야 관련 법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여 본부장은 이날 비관세 분야 합의를 이행할 한국 정부의 의지 및 디지털 분야와 관련한 최근 국내 움직임을 전달했다. 또 비관세 분야 협의 공식 통로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조만간 열기 위한 세부 계획을 협의하기로 했다. 여 본부장은 “한·미 통상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앞으로도 USTR과 상시 소통 체제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일본의 대미 투자 진행 속도와 관련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데이터센터용 가스 발전 시설, 인공 다이아몬드 생산공장, 원유 선적 항구 건설 등을 미국과 조율 중이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대미 투자에 특별법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미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라 투자에 속도를 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상무부는 또 대만과의 관세협상 후속 조치로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에는 반도체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TSMC의 대미 투자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면제하더라도 철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통상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급함이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제프리 엡스타인 등 이슈로 하락하는 지지율을 반전시키기 위해 대미 투자 속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통상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한국에 집중돼 있었는데 일본도 언급된 걸 보면 한국으로서는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하지만 일본·대만에 비해 한국이 상대적으로 더 늦어지면 관세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