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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살해 누명’ 죽고 나서야 벗었다

입력 2026.02.12 06:00

수정 2026.02.12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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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저수지 사건’ 60대 무기수, 23년 만에 재심서 ‘무죄’ 받아

법원 “수면제 등 증거 불충분”…피고인, 형집행정지 당일 사망

11일 오후 전남 해남군 해남읍 광주지법 해남지원 법정 앞에서 보험금을 노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았던 고 장동오씨의 유족이 재심 무죄 선고에 따른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전남 해남군 해남읍 광주지법 해남지원 법정 앞에서 보험금을 노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았던 고 장동오씨의 유족이 재심 무죄 선고에 따른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 사망한 장동오씨(사망 당시 66세)가 사건 발생 23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성흠 지원장)는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유죄의 근거가 됐던 증거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이 사고 차량을 인양해 감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법관의 영장을 받지 않았다”며 “이는 영장주의를 위반한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하므로,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차량 감정서는 증거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씨가 의도적으로 핸들을 꺾어 저수지로 돌진했다는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졸음운전 중이라도 무의식적으로 조향할 수 있고, 도로 형태상 핸들 조작 없이도 사고 장소에 도달할 수 있다”며 장씨가 밝힌 ‘졸음운전’ 주장을 배척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피해자의 탈출을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상처는 사고 충격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탈출을 막은 외력의 흔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살해 수단으로 지목된 수면제와 범행 동기인 보험금 문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위 내용물에서 캡슐 형태 약물이 발견됐으나, 장씨가 처방받은 약에는 캡슐이 없었다”며 “피해자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등 장씨가 약을 먹였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장씨는 2003년 7월 전남 진도군 의신면 송정저수지에 화물트럭을 추락시켜 조수석에 탄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2005년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당초 경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장씨를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그가 보험금 8억8000만원을 받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장씨는 졸음운전에 의한 사고이고 보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재심은 2017년 억울함을 호소하던 장씨 가족의 부탁을 받은 박준영 변호사와 경찰 관계자가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시작됐다. 장씨는 2024년 1월 대법원의 재심 결정 이후 같은 해 4월 형집행정지가 내려진 당일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통상 피고인이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나, 이번 재심은 명예 회복을 위해 피고인 없이 ‘궐석 재판’으로 진행됐다. 선고 직후 장씨 자녀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아버지가 이 자리에 계셨다면 무척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사랑하는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살아가는 고통은 상상조차 어렵다”며 “이번 판결이 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한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번 재심 판결에 불복하면 항소심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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