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단독]한 달 전기료 100만원···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덮친 ‘요금 폭탄’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지난 10일 경북 영양군 화매2리 경로당에서 만난 김복동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낸 영남산불로 집을 잃었다.

단열에 취약한 임시주택에서 전기로만 난방을 하다보니 가구별로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전기세 폭탄'을 맞은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단독]한 달 전기료 100만원···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덮친 ‘요금 폭탄’

입력 2026.02.12 06:00

수정 2026.02.12 09:44

펼치기/접기
  • 김현수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경북 영양군 화매2리 경로당에서 김복동씨(87·가운데)가 지난 10일 이재민 임시주택 전기요금 부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산불로 집을 잃고 27㎡(약 8평)짜리 컨테이너 임시주택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김현수 기자

경북 영양군 화매2리 경로당에서 김복동씨(87·가운데)가 지난 10일 이재민 임시주택 전기요금 부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산불로 집을 잃고 27㎡(약 8평)짜리 컨테이너 임시주택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김현수 기자

“이웃집 한씨는 전기요금이 100만원 나왔다 카니더. 무서워서 난방을 쓸 수 있겠니껴.”

지난 10일 경북 영양군 화매2리 경로당에서 만난 김복동씨(87)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낸 영남산불로 집을 잃었다. 현재 27㎡(약 8평)짜리 컨테이너 임시주택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매서운 한파를 견디기 어려워 낮에는 경로당으로 몸을 피한다고 했다.

영남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은 올 1월 기준 3893명으로, 현재 2369동의 임시주택에서 생활 중이다. 화매2리에는 임시주택 22동에서 31명이 거주하고 있다. 임시주택 생활의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혹한기에 마을 주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건 다름아닌 난방비 문제다. 단열에 취약한 임시주택에서 전기로만 난방을 하다보니 가구별로 많게는 100만원(청구금액 기준)이 넘는 ‘전기세 폭탄’을 맞은 것이다.

이재민 한모씨(50)에게 청구된 한국전력공사 1월 전기요금(12월24일~1월23일) 안내서를 보면 사용량은 1892㎾h, 최종 청구액은 83만5970원이다. 재난에 따른 전기세 감면(20만원)이 차감된 금액이다. 감면이 없었다면 전기세가 100만원이 넘는다.

한씨는 “한전에서 누전 여부 등을 점검했지만 이상은 없었다”며 “전기패널로 난방을 해도 훈기가 돌지 않아 얼굴이 시려워 라디에이터까지 함께 썼더니 요금 폭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경북 영양군 화매2리 이재민 한모씨(50)에게 청구된 한국전력공사 1월 전기요금(12월24일~1월23일) 안내서. 한씨 제공

경북 영양군 화매2리 이재민 한모씨(50)에게 청구된 한국전력공사 1월 전기요금(12월24일~1월23일) 안내서. 한씨 제공

이재민 이상철씨(68)도 지난달 전기요금으로 68만원을 청구받았다. 그는 “마을에도 40만~50만원대 요금을 낸 집이 한둘이 아니다”며 “불이 난 5개 시·군 임시주택 주민 가운데 약 20% 정도는 월 20만~40만원가량의 전기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내민 지난달 전기요금 고지서에도 24만9510원이 찍혀 있었다. 김씨는 “전기요금이 이렇게 나온 건 평생 처음”이라며 “난방을 켜자니 겁부터 난다”고 혀를 찼다.

아흔을 넘긴 신순이씨(93)도 사정은 비슷하다. 밤에는 이불을 두세 겹 덮고 내복 위에 외투까지 껴입는다. 그래도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우풍에 몸을 떤다. 신씨는 “노인들은 경로당에 와 있으면 되지만 집에 오래 있는 젊은 사람들 집은 전기료가 더 많이 나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재민들은 산불 직후 임시주택 공급이 급하게 진행된 탓에 부실시공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한다. 한씨는 “전기코드를 꽂는 콘센트 구멍에서도 찬바람이 들어온다”며 “문틀 뒤틀림 등 하자가 많아 보수 기간도 길었다”고 말했다.

신순이씨(93)가 지난 10일 임시주택 전기장판 위에 앉아 있다. 곁에는 겨울용 이불 두 벌이 겹쳐 놓여 있다. 김현수 기자

신순이씨(93)가 지난 10일 임시주택 전기장판 위에 앉아 있다. 곁에는 겨울용 이불 두 벌이 겹쳐 놓여 있다. 김현수 기자

또 다른 이재민은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면 전기패널 온도를 아무리 올려도 방이 좀처럼 데워지지 않는다”며 “벽 틈새로 우풍이 들어와 난방을 계속 켜둘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전기요금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재민들은 전기세가 두려워 빨래를 돌리기도 겁난다고 했다. 혹한기에는 빨래를 밖에 널어도 해가 짧고 바람이 강해 잘 마르지 않는다. 실내 건조를 할 경우 결로와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 환기를 해야 하지만 집안 온도가 떨어질까봐 창문을 오래 열어두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재민들이 집을 지어 나가도록 일부로 이렇게 지은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며 “전기료 낼 돈이면 차라리 월세를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지난해 12월부터 월 20만원의 전기요금 재난감면에 더해 추가로 20만원을 전기세로 보조하고 있다. 이재민이 요금을 먼저 납부한 뒤 신청하면 차액을 돌려주는 방식인데, 전기세 폭탄을 맞는 사례가 늘자 실태 파악에 나섰다. 경북도 관계자는 “관내 여러 지역에서 이재민들의 전기요금이 과다 청구됐다는 민원이 접수돼 현장 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AD
  • AD
  • AD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