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성만 전 의원이 지난해 9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이성만 전 무소속 의원이 12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은 이른바 ‘이정근 녹취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같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여권 정치인들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이날 정치자금법·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은 이 전 의원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어 검사 상고를 기각하고 이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전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28일 당시 민주당 대표 후보였던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지지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해 윤관석 전 의원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같은 해 3월 송영길 후보의 경선캠프 관계자에게 두 차례에 걸쳐 부외 선거자금 총 1100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받았다.
이 전 의원은 1심에서 공소사실이 전부 유죄로 인정돼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으나, 2심에서 전부 무죄로 뒤집혔다. 1·2심 결과를 가른 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휴대전화 녹취파일의 증거 능력 여부였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등 혐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로부터 휴대전화 3대를 임의제출받아 이 사건 핵심 증거인 ‘이정근 녹취파일’을 확보했다.
1심은 이 전 부총장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하면서 임의제출한 전자정보를 다른 사건 증거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진술했다면서 녹취파일이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녹취파일을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이 휴대전화 제출 당시 알선수재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까지 제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사는 알선수재 혐의와 무관한 별도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영장을 새로 발부받아야 함에도 이 전 부총장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다가 새로운 사건인 송 대표 사건과 이 사건 재판의 증거로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이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도 위법수집증거를 기초로 한 것이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대법은 이 같은 항소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압수수색에서의 관련성, 임의제출 의사,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례는 민주당 돈봉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다른 정치인 재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지난해 1월 1심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선 유죄(징역 2년)가 선고됐지만, 돈봉투 살포 혐의는 위법수집증거 판단에 따라 무죄가 선고됐다. 송 대표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13일 나온다. 허종식 민주당 의원, 윤관석·임종성 전 의원도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이정근 녹취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1심 유죄 판결이 뒤집혔고, 현재 사건이 대법에 넘어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