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왼쪽)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 권도현·이선명 기자
255억원 상당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둘러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오케이 레코즈 대표)와 하이브 간 민사소송 1심에서 민 전 대표가 승소했다. 풋옵션은 거래 당사자들이 미리 정한 가격으로 장래의 특정시점 또는 그 이전에 특정 대상물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남인수)는 12일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민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게 255억원을 지급하고, 함께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던 민 전 대표의 측근 어도어 신모 전 부대표와 김모 전 이사에게 각각 17억원과 14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 대해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어도어를 독립시킬 방안을 모색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 사정만으로 주주 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24년 11월 민 전 대표가 하이브에 풋옵션 행사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는 2024년 4월부터 경영권 탈취 의혹, 아이돌그룹 뉴진스 차별 의혹 등으로 대립해왔다. 민 전 대표는 풋옵션을 행사하면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자신이 가진 어도어 지분율의 75%만큼의 액수를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2024년 11월 기준 풋옵션 산정 기준 연도는 2022∼2023년이었는데, 이 기간 어도어의 영입이익은 2022년엔 40억원 적자, 2023년에는 335억원 흑자었다. 2024년 4월 공개된 어도어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민 전 대표 보유 어도어 주식은 57만3160주(18%)로, 민 전 대표가 풋옵션 행사로 받게 되는 금액은 약 260억원이었다.
재판의 쟁점은 주주 간 계약 해지가 된 시점에 계약 해지를 할 만한 중대한 위반이 존재하는지 여부였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 빼가기’를 시도하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던 2024년 7월 이미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에 이 때 풋옵션 권리도 함께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가 주주 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해 해지 통보를 한만큼 이후 풋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유효하지 않다는 취지다.
반면 민 전 대표는 풋옵션 행사 당시 주주 간 계약은 유효했고, 하이브에는 주주 간 계약 해지권이 없다고 반박했다. 뉴진스 멤버들이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건 같은 해 11월 말이기 때문에 그 전에 한 풋옵션 행사 자체는 적법하다는 주장이다.
이날 재판부는 민 전 대표와 측근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를 근거로 “민 전 대표가 ‘뉴진스 빼내기’를 했다”는 하이브 측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와 측근들 대화에서 ‘어도어는 빈껍데기가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다수 등장하는 점에 주목했다. 하이브는 ‘빈껍데기’가 ‘뉴진스 없는 어도어’를 의미한다고 해석해왔으나, 재판부는 다른 대화 메시지들을 언급하며 “빈껍데기 발언은 ‘민 전 대표가 풋옵션을 행사하고 어도어에서 나가면 어도어가 빈껍데기 된다’는 의미”라며 “‘뉴진스 빼내기’ 계획을 실행했다는 하이브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미팅 회의록에 민 전 대표가 “저 나간 다음 껍데기 되는 회사”라고 발언한 기록 등을 토대로 빈껍데기는 ‘뉴진스 없는 어도어’가 아닌 민 전 대표가 이탈한 어도어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민 전 대표가 외부 투자자들과 만나 어도어 독립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모두 하이브의 동의를 가정한 방안으로 보인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런 방안은 아무런 효력이 발생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민 전 대표가 분쟁 중에도 앨범 발매 및 홍보를 계획하고, 뉴진스 이후 어도어의 적정가치가 2조원 내외로 평가되는 등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성과를 보였다는 점도 민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반영됐다.
또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제기한 아이돌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 및 음반 밀어내기 의혹도 중대한 계약 위반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그간 하이브 측은 민 전 대표가 이 같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어도어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려 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아일릿의 전체적 인상이 뉴진스와 유사하다는 취지로, 이는 단순 의견 및 가치 판단이지 사실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며 “뉴진스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민 전 대표의 경영상 판단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밝혔다. 음반 밀어내기 의혹에 대해서도 언론보도 등을 근거로 “내용도 믿을만한 사유가 있다”며 “이 또한 어도어를 위한 경영 판단이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 해지에 대해 민 전 대표가 잃게 되는 손해는 비교적 분명하고 중대하다”면서도 “해지를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위반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