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7년 만에 한국공연
톨스토이 고전, 현대 사회 대립에 메시지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연출 알리나 체비크.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예술이라는 것은 국제 정세나 정치적인 것을 넘어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뭉치게 만들죠. 셰익스피어나 괴테의 작품처럼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역시 그러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연출을 맡은 알리나 체비크가 러시아 고전 원작 뮤지컬을 한국 무대에 올리는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체비크는 12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 팰리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세기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보편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며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보기보다, 현대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더욱 흥미롭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세기 후반 러시아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매혹적인 귀부인 안나의 결혼과 사랑, 그리고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2018년 초연, 2019년 재연 이후 7년 만에 세 번째 시즌을 맞는다.
체비크는 모스크바 오페레타 씨어터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고전 문학을 현대적 무대 언어로 재해석해온 연출가다. 러시아 오리지널 공연부터 한국 공연까지 <안나 카레니나>를 이끌며 작품의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그는 처음 연출을 맡았을 당시 적잖은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미 결혼한 상태에서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안나라는 인물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관객이 어떻게 안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비크는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선택한 인물로서 안나를 이해하게 됐다”며 “결국 이 작품은 행복을 향해 나아가려는 한 인간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전히 사회 내면에는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성이라면 용서받을 수 있는 일도 여성이 했다는 이유로 더 큰 비난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연출 알리나 체비크.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개인의 행복을 선택한 안나가 사회 전체와 대립하는 구도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봤다. 체비크는 “미디어와 SNS, 인터넷의 발달로 누군가의 실수를 집단적으로 비난하기 쉬운 시대가 됐다”며 “미디어를 통해 한 사람을 몰아붙이는 현상은 지금 우리가 충분히 이야기해볼 만한 뜨거운 주제”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공연 회차 배분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다음달 29일까지 열리는 총 38회 공연 중 23회를 배우 옥주현이 맡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같은 안나 역의 이지혜는 8회, 김소향은 7회 무대에 오른다.
체비크는 “내부 사정을 모두 알지는 못한다”면서도 “옥주현의 성량과 에너지가 작품에 잘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차 배분은 제작 시스템 전반과 관련된 문제로, 한 개인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옥주현을 향한 비판이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작품 속 안나와 닮은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수가 그렇다고 말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격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며 “돌을 던지는 것은 쉽지만, 왜 던지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비크는 안나 역을 연기하는 세 명의 배우가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다며 ‘브론스키’와의 조합에 따라 새로운 결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나와 사랑에 빠지는 젊은 장교 브론스키 역은 윤형렬, 문유강, 정승원이 맡는다.
그는 “어떤 커플이냐에 따라 작품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 공연을 통해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각기 다른 매력과 조화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