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박민규 선임기자
법원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수사·기소·재판에서 법리를 왜곡한 판검사 등을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은 앞서 법사위에서 처리됐다. 사법시스템을 크게 바꿀 ‘사법개혁 3법’ 입법이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재판소원법은 대법원 등을 거쳐 확정된 법원 판결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국민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을 때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관증원법은 법안 공포 뒤 2년이 경과한 날부터 매년 4명씩 3년간 총 12명의 대법관을 늘리는 내용이다.
재판소원은 법조계의 해묵은 논쟁거리였다. 그만큼 양면이 있다는 뜻이다. 최고재판소 위상을 놓고 다투는 대법원과 헌재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이기도 하다.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재판 과정의 기본권 침해나 판사의 위헌적 법률 해석·적용을 바로잡을 수 있다. 판사 입장에선 재판소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재판 절차나 판결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될 테니 예방효과도 있을 것이다. 왕왕 있는 대법원·헌재의 헌법 해석 불일치 문제도 해소된다.
반면 재판소원까지 거칠 경우 소송 기간은 더욱 길어지고, 그 부담은 경제적 취약계층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재판소원을 시행 중인 독일 사례를 봐도 법원 확정판결에 불복한 사람들이 헌재로 몰려갈 공산이 큰데, 이리되면 사실상의 4심제가 될 수 있다. 헌재의 지금 인력구조로 이 사건들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도 따져볼 문제다. 재판소원 요건을 엄격하고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 남발 방지책을 마련해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법관 증원도 이재명 대통령 재임 중 12명을 모두 늘리면 사법부 장악 시도라는 시비가 커질 수 있다. 12명을 증원하더라도 현 정부와 차기 정부에서 나눠 늘리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법왜곡죄도 지금처럼 ‘법 왜곡’의 개념이 추상적이면 사법부를 길들이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사법개혁 바탕에는 국민적 사법불신이 있다. 그렇다고 사법부를 응징한다거나 사법부가 미우니 헌재를 키워주자는 식으로 사법개혁에 접근해선 안 될 일이다. 보다 정의롭고, 보다 효율적이고, 보다 인권친화적인 사법시스템을 만드는 사법개혁이 돼야 한다. 그러자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촘촘하게 법안을 설계해야 한다. 민주당은 설 연휴 후 이들 3법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하는데, 속도전에 치중하다 법을 허술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