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일 민간인이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낸 데 대해 “북측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사건은 현재 군경이 합동조사 중인데, 정 장관은 조사가 마무리 국면이라고 판단해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나온 첫 공식 사과였다.
분단 후 남북 간에 사과할 일은 대부분 북한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대체로 사과에 인색했고, 조선중앙통신 등 대외 매체를 통해 간접 사과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건 발생 사흘 뒤인 9월25일 통일전선부가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줘 대단히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남한 당국에 직접 공개 사과한 최고지도자는 김정은이 처음이었다. 정 장관은 이 사건과 2015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을 거론하며 민간인 무인기 침투 사건도 공식적으로 유감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 측은 정 장관의 유감 표명에 대해 “통일부 사안”이라고 했고, 정 장관은 “통일부 판단”이라고 했다. 국가안보실을 포함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북한도 우리에게 무인기를 보낸 경위가 있다”며 정전협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정 장관이 치고 나간 셈이다.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외교부·국방부의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통일부가 불쑥 유감 표명을 할 게 아니라 정부의 정리된 입장이었으면 어땠을지, 아쉬움도 든다. 집권 2년차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엇박자를 보이는 것으로 비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이재명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정 장관의 유감 표명도 그런 조치의 일환이겠지만, 당장은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해빙으로 이어지지 않을 듯싶다. 무인기 사건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재명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을 “희망 부푼 개꿈” “실현불가한 망상”이라고 했는데, 한반도에 봄이 깃들어 김여정이 이 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정 장관은 10년 전 개성공단 중단과 민간인이 북으로 무인기를 날린 데 대해 북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