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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누구의 것일까

입력 2026.02.12 20:08

수정 2026.02.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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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의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는 공연 기록 경신을 넘어, 음악 산업과 경제 효과의 판도를 바꾼 하나의 ‘현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2023년 3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21개월간, 5개 대륙 51개 도시에서 총 149회 공연, 약 1016만명이 관람했다. 티켓 매출로만 20억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투어다.

공연 실황과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가 공개되었고, 공연 이후 소식이 전해지며 대중이 감동한 지점은 화려한 숫자가 아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공연을 함께 만든 스태프에게 약 1억9700만달러(약 2800억원)가 넘는 보너스를 지급했다. 주요 역할을 담당한 스태프는 물론 트럭 운전사, 무대 설치팀, 백댄서 등 모두에게 1억원 이상의 보너스가 돌아간 것이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성공은, 결코 나 혼자만의 천재성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선언이다.

최근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은 넷플릭스에서 <더 립>을 제작했다. 제작사 ‘아티스트 이쿼티’를 설립한 맷과 벤은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통해 약 1000명의 스태프가 작품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맷 데이먼은 한 인터뷰에서 중급 예산 영화가 사라진 할리우드 제작 상황을 지적하며, 스타와 대형 자본만 살아남는 시스템이 현장의 스태프와 창작자들을 소외시킨다고 말했다. 배우의 출연료를 고정 수익이 아닌 성과 연동 방식으로 하며, 전체 제작진과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이 영화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고도 했다. 자선이 아니라, 영화 산업의 생존을 위한 현실적 판단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맷 데이먼의 경우는 단지 미담이나 좋은 사람의 선행을 넘어선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 부의 생성과 분배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디 에라스 투어’ 수익의 일부분을 모든 스태프에게 나눠주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디 에라스 투어’ 수익의 일부분을 모든 스태프에게 나눠주었다.

마블 영화에 ‘닥터 둠’ 캐릭터로 복귀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최대 2억달러를 받을 것이라고 한다. 최근 탈세 의혹에 휩싸인 차은우의 수익은 약 3년간 800억원이었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이정재의 회당 출연료가 100만달러라는 보도가 나왔다. 전체 출연료는 100억원이 넘는다. 이것은 ‘정당한 보상’일까? 개인의 스타성이 수익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평범한 노동자가 평생을 일해 버는 금액의 수만 배에 달하는 돈을 한 번에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대중의 환호는 어느 순간 분노로 치환된다. 승자독식도 정도껏 해야 한다.

대중의 좌절감은 단지 돈이 없어서 생기는 시기심이 아니다. 노동과 보상 사이의 상식적인 인과관계가 산산이 부서진 세상에 대한 슬픔이다. 과거에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누구나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와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 하나의 얼굴, 브랜드, 콘텐츠가 올리는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셀럽, 인플루언서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데, 평범한 이들의 월급은 제자리다. 정점에 선 스타의 보상이 비약하는 동안, 시스템을 지탱하는 기초 노동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증발하고 간과된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맷 데이먼의 경우를 다시 보자. 그들의 행동은 도덕적 훈계가 아니다. 엄청난 성공이 개인의 성취와 동시에 집단적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계약과 분배의 방식으로 증명한 것이다. 자선을 넘어선 정산이며, 선의를 넘어선 구조적 제안이다. 우리는 더 많이 질문해야 한다. 엄청난 부가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높은 세금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익이 발생하는 단계에서부터 기여를 인정하고 분배하는 시스템(이익 공유, 성과 배분, 투명한 계약)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정당한 사회는 모두가 부유한 사회가 아니다. 누군가의 부를 보며 기꺼이 노력과 공헌을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회다. 대중의 분노는 성공에 대한 설명이 사라지고, 특권처럼 과시하고 남용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부가 거대해지는 방식만큼 사회적 정산 방식은 전혀 투명하지 않다. 그들의 일탈과 악행은 누구도 제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부는 ‘천부적인 권리’가 되었고, 사회적 책임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선택적 기부’가 되었다. 불평등의 시대에 희망은 기적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부를 나누는 미담을 넘어서, 부를 계산하고 나누는 방식이 바뀌면 세상도 조금씩 변해갈까?

김봉석 문화평론가

김봉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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