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1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선고 방송을 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12·3 불법계엄 당시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한 혐의(내란 중요임무종사)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핵심 논리는 ‘내란집단’의 구성원으로 계엄에 가담했다는 점이었다. 법원은 이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정점으로 하는 내란집단의 한 구성원이었다며 실제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가 실행됐는지와 무관하게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는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1심 판결문에서 “(이 전 장관이) 내란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전체 내란행위에 포함되는 개개의 행위에 부분적으로 참여해 내란행위에 가담했음이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먼저 12·3 계엄이 형법상 내란에 해당하고, 이를 주도한 윤 전 대통령 등을 중심으로 내란집단이 구성됐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재판부는 “김용현 등이 일련의 지휘체계에 따라 다수의 군 병력 및 경찰력을 동원해 국가기관인 국회, 선관위를 점거·출입 통제하고 그 활동을 제한하려 한 이상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 내란 행위를 일으켰다고 판단된다”며 “이 같은 집단적 활동을 계획·실행한 집단을 ‘윤석열·김용현 등의 내란집단’이라 한다”고 적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전 장관 역시 이 내란집단에 속하는 구성원이라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그가 계엄 선포 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뒤 계엄 선포 이후 소방청에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를 명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는데, 이 행위만으로도 내란집단의 구성원으로서 불법계엄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 전 장관은 자신이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계엄을 모의하지 않았고 언론사 단전·단수 등 조치 역시 실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런 점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전두환·노태우씨의 12·12 군사반란·5·17 내란 사건 판례를 들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씨·노씨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하며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행위로서 다수인이 결합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행·협박행위를 하면 기수가 된다”며 “그 목적의 달성 여부는 무관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군과 경찰이 계엄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 등의 지시로 국회를 봉쇄하는 등 구체적인 폭동 행위를 저지른 이상 같은 내란집단 구성원인 이 전 장관도 자신의 지시가 실제 실행됐는지와는 무관하게 내란 중요임무종사자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피고인(이 전 장관)이 윤석열, 김용현 등의 내란집단이 계획한 개별적 폭동 행위 전부에 대해 사전에 모의하거나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도 내란집단으로부터 중요임무 중 하나인 언론사 단전·단수 관련 지시를 받고 허석곤(당시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이를 지시함으로써 내란행위에 가담했다”며 “이 점이 인정되는 이상 내란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고, 이는 피고인이 관여한 단전·단수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