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 전경. 김창효 선임기자
업무추진비와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비위가 드러난 뒤 상급자에게 금품까지 건넨 소방 간부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6단독 김현지 판사는 13일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전북소방본부 소속 A소방정(59)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소방정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전북의 한 소방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약 1600만원 상당의 업무추진비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직원 격려 간담회’를 연 것처럼 회계 서류를 꾸며 157차례에 걸쳐 허위 명목으로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내부 고발로 감찰을 받게 되자 부하 직원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지시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뒤에는 징계 의결권을 가진 상급자에게 26만원 상당의 굴비 선물세트를 보낸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부하 직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소방서장 지위를 악용해 업무추진비와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공직 윤리를 크게 훼손했다”며 “감찰 과정에서 부하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예상보다 가벼운 처분을 받자 감사 표시로 상급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점에 비춰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국가·지방공무원은 배임 또는 뇌물죄로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별도의 징계 절차 없이 당연퇴직 대상이 된다. 선고형이 확정될 경우 A소방정은 공직을 상실하게 된다.
한편 재판부는 A소방정의 부탁을 받고 실시간 감찰 정보를 전달한 소방본부 직원 B씨에 대해서는 공모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가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점을 고려해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