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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 옆 사진관

“전은 기름 맛이지”···‘길 위의 차례상’에 올라갈 동그랑땡이 맛있는 이유

2026.02.13 18:30 입력 2026.02.13 23:59 수정 정효진 기자

설 연휴를 앞둔 13일 서울 영등포구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활동가와 시민들이 모여 농성자를 위한 명절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노르스름하게 익은 동그랑땡을 프라이팬에서 그릇으로 옮겨 담고 있다. 정효진 기자

“전은 기름 맛이지.”

지글지글 동그랑땡을 구워내고 있는 프라이팬에 누군가 식용유를 추가하며 말했다. 설 연휴를 앞둔 13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골목 안쪽에 있는 ‘비정규직노동자의 집 꿀잠’은 아침부터 고소한 기름 냄새로 가득 찼다. ‘명절 냄새’ 였다. 이날 노동자, 산재 피해 유가족, 꿀잠 활동가와 시민들이 모여 명절 음식을 준비했다. 길에서 명절을 맞는 노동자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 차례상을 차리는 것도 9년째다.

이날은 호박전, 고구마전, 동그랑땡 등 전을 부치고 만두를 빚었다. 음식이 상하지 않게 나물과 생선은 전날 준비한다. 나물, 전, 과일, 밤까지 일반적인 차례상과 거의 똑같이 차린다. 계란물에 참기름을 섞은 ‘비법 레시피’로 동그랑땡을 구웠다. 한데 모여 바쁘게 손과 입을 움직이니 쌓여있던 부칠 거리도 어느새 끝이 보였다. 가스버너의 불이 약해지면 누군가 일어나서 가져오고, 누구의 입이 비면 얼른 곶감을 하나 넣어준다고 부엌은 종일 부산했다.

이렇게 준비한 음식을 가지고 설 당일인 17일 다섯 군데 농성장을 찾는다. 청와대 앞 홈플러스지부와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농성장, 서울시교육청 앞 지혜복 교사 부당징계철회 농성장, 서울역 앞 색동원 인권침해 해결을 위한 탈시설법 제정 촉구 농성장, 세종호텔 앞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복직 농성장에서 차례상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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