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 ‘3전4기’김상겸, 동계올림픽 첫 메달…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상 400번째 메달 (2월9일)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결승에 출전한 김상겸이 오스트리아의 베냐민 카를과 질주하고 있다. 김상겸은 은메달을 차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스노보드 알파인의 베테랑 김상겸(37·하이원)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했습니다. 김상겸은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대회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베냐민 카를(오스트리아)에게 0.19초 차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이번 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을 통틀어 처음 나온 메달입니다. 한국 스키·스노보드는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이상호(넥센윈가드)가 이 종목 은메달을 획득해 사상 첫 올림픽 입상에 성공한 지 8년 만에 같은 종목에서 메달을 추가했습니다. 김상겸은 동·하계를 통틀어 우리나라의 통산 400번째 올림픽 메달 주인공도 됐습니다.
2월9일 월요일자 1면 사진은 김상겸이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결승에서 슬로프를 힘차게 내려오는 모습입니다. 김상겸은 네 번째 올림픽 도전 만에 첫 메달을 따냈습니다. 8년 전 평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 종목의 간판 이상호의 메달 가능성을 점치고 사진을 기다렸습니다만, 결과는 김상겸이었습니다. ‘3전4기’ ‘400번째’ 같은 숫자들이 1면 사진에 의미를 더했습니다.
■ 육군 헬기 추락…조종사 2명 사망 (2월10일)
훈련 중이던 육군 코브라 헬기가 9일 경기 가평군 조종면에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군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경기 가평군 조종면 현리에서 훈련 중이던 육군 헬기 1대가 추락했습니다. 사고 헬기는 민가가 아닌 하천 부근에 추락했습니다. 헬기에 탑승했던 준위 2명은 사고 후 민간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전원 사망했습니다. 사고 헬기는 육군의 주력 공격 헬기인 코브라 AH-1S 기종으로 1988년 도입되어 1991년 작전 부대에 배치됐습니다.
1면 사진은 군 관계자들이 추락한 사고 헬기 주변에서 현장 조사를 하는 장면입니다. 1면 사진으로 이 사진과 전날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압승으로 이끈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사진이 놓고 따졌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사진은 힘 없이 밋밋해 탈락시켰습니다. 타사들은 일 총리 사진을 많이 썼습니다. 인쇄된 지면 속 사진이 헬기처럼 보이지 않아서 당황했습니다. 불친절한 1면 사진이었습니다.
■ 민주당 ‘합당’ 일단 멈춤 (2월11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6·3 지방선거 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등 현안 논의를 위해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 중 회의장을 나와 이동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후 합당 추진을 위해 혁신당에 통합추진준비위원회 구성을 새로 제안했습니다. 지난달 정청래 대표가 한 합당 제안이 19일 만에 철회되면서 격렬했던 당내 갈등도 일단 잦아들었습니다. 합당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내홍으로 정 대표 리더십은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1면 사진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위해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 중 회의장을 나와 이동하는 정 대표 모습입니다. 정 대표의 표정에 주목해 얼굴에만 플래시가 닿도록 터트려 주변은 거뭇해졌습니다. 이날 밤에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혼성계주의 금메달을 기대했습니다. 1면 사진을 금메달 사진으로 바꿀 생각이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생중계를 시청했으나, 대표팀 김길리가 앞에서 미끄러진 미국 선수에 걸려 넘어지면서 결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1면 사진은 끝내 살아남기도 하고, 허무하게 스러지기도 하는 ‘생물’입니다.
■ 두 손 나란히 모으고 배꼽인사 (2월12일)
설 명절을 엿새 앞둔 11일 서울 송파구 삼성아트어린이집에서 한복을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세배를 배우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 아이들이 인근 경로당을 찾아 세배를 드렸습니다. 꼬마들은 할아버지·할머니를 만나기 전 선생님으로부터 세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두 손을 이마에 대고 절을 연습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하면서도 무척 귀여웠습니다. 어르신들은 아이들을 크게 반겼습니다. 아이들이 연습한 대로 세배를 올렸습니다. 세배하며 짓는 앙증맞은 표정에 어르신들은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1면 사진은 세배를 배우며 배꼽인사를 하는 아이들 모습입니다. 아이들의 표정에 시선이 머물고 미소가 지어집니다. 1면에 좀처럼 쓸 기회가 없는 ‘아이들’ 사진입니다만, 때가 때인지라 쓰게 됐습니다. 무겁고 엄숙하고 건조한 기사와 사진이 주류를 이루는 1면에서 이런 사진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천진한 아이들의 표정이 담긴 사진은 꼭 1면이 아니더라고 지면 게재에 실패하는 일이 없습니다.
■ 5500도 뚫었다…‘육천피’ 향하는 코스피 (2월13일)
코스피가 5500선을 넘어서며 6거래일 만에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한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7.78포인트(3.13%) 오른 5522.27에 거래를 마쳤다. 권도현 기자
반도체가 주춤했던 코스피를 단숨에 5500선으로 이끌었습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불어온 반도체 훈풍에 국내 증시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습니다. 12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장중과 종가 모두 5500선을 돌파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7.78포인트(3.13%) 오른 5522.27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70.90포인트(1.32%) 오른 5425.39로 출발해 사상 첫 5400선과 5500선을 연달아 넘어서며 장중 고가에서 장을 마쳤습니다. 직전 장중 최고점은 지난 4일 기록한 5376.92였습니다.
1면 사진은 자주 등장해 너무 익숙해진 대형 은행 딜링룸 내 현황판에 표시된 코스피 종가입니다. 코스피 3000 달성부터 적어도 500 단위의 선을 돌파할 땐 1면에 쓰자고 회의에서 얘기하곤 했습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 회동 불발과 12·3 불법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1심 선고 등 굵직한 1면 후보가 있었습니다. 명절 연휴를 앞두고 발행되는 신문 1면 사진이 좀 밝고 희망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코스피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명절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