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현희 “해체하고 서울 돔 세우겠다”
서울시 “인근 상권 매출 10%이상 늘어” 반박
건설 당시부터 개관 때까지 꾸준히 입방아
완공 10여년, 재정자립도 100%이상 등 성과도
해체는 매몰비용만 수천억···민주당서도 “무리”
DDP 행사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 모습. 서울시 제공.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으며 서울의 주요 명소로 꼽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해체론에 휩싸였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DDP를 해체를 공약으로 내걸며 DDP가 돌연 화두에 오르기 시작했다.
DDP는 지난 2014년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한 자리에 개관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연간 시설 가동률은 79% 정도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2006년 기획한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 사업 중 하나로, 건물을 짓는 데만 5000억 가량이 투입됐다.
처음 DDP 역할론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민주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다. 그는 지난달 연 북토크에서 DDP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구청장은 “동대문운동장이 있던 그곳에 돔구장을 지어 야구도 하고 공연도 할 수 있게 했다면 지역에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DDP가) 사진만 찍고 떠나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전현희 의원은 지난 2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며 1호 공약으로 ‘DDP 해체, 다목적 실내 경기장 서울 돔 건립’을 내걸었다. 전 의원은 “(DDP는) 동대문 일대의 패션의류 상가들과 단절돼 유령도시처럼 상권을 죽게 만든 전시 행정의 대표 사례”라며 “그 자리에 국제 최대 규모의 서울 돔을 세워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DDP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DDP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투입 예산이 늘어나면서 ‘돈 먹는 하마’, ‘서울 한복판에 불시착한 우주선’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2014년 3월 개관 당시에는 “한양 도성 성곽을 제대로 복원하지 못하고 동대문운동장의 역사성을 살리지 못한 건축물”이라는 혹평이 건축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불시착한 DDP도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나름의 적응을 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DDP에서 문화행사(7건)가 열렸던 기간을 분석한 결과, 인근 상권 매출이 행사 전보다 12.2%, 동대문 상권 전체 매출은 10.8% 늘었다.
2014년에도 ‘불시착한 우주선’ 공방 일어
서울디자인재단이 한국관광데이터랩과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DDP로 인해 동대문 패션타운 관광특구의 연간 카드 매출은 2019년 1조3778억원에서 2024년 1조4491억원으로 약 713억원(5%) 증가했다.
DDP와 인접한 광희동의 외국인 카드 지출액은 2022년 149억원에서 2024년 976억원으로 6.5배 뛰었다. 재단이 676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DDP 방문 시 주변 상권을 이용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9%(472명)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DDP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104.2%를 기록해 자체 수입이 운영 경비보다 컸다. 2023년 재정자립도가 처음 100%를 넘어선 후 최근 3년간 재정자립도가 100% 이상을 유지하며 공공이 운영하는 문화시설 중 보기 드문 흑자를 내고 있다.
해외 디자이너들의 전시와 패션쇼가 열리고, 뉴욕타임스가 DDP를 ‘2015년 꼭 가봐야 할 명소 52’로 선정하면서 관광객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졌다.
회사원 윤선희씨(41)는 “주말에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외국인 관광객이 확 늘어난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개장을 앞둔 지난 2014년 3월 20일 조명을 켜고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DDP와 같은 건축물은 짓는 것도 어렵지만 이미 지어놓은 것을 해체하는 것은 더 어렵다. 경제적 셈법으로만 따져도 철거에 들어가는 매몰 비용이 수천억 원에 달한다. 민주당 당내에서도 “애초에 짓지 말았어야 할 건축물인 것은 맞지만 해체는 또 다른 문제다”,“전 의원이 무리한 공약을 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각종 세계 대회를 비롯한 디자인 관련 행사들이 속속 DDP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향후 누가 차기 서울시장에 당선되더라도 DDP는 주요 행사 공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가올 2027년 9월에는 세계디자인기구(WDO)의 창립 70주년 정기총회가 DDP를 중심으로 서울에서 열린다. WDO 총회는 세계 디자이너와 기업, 학계가 모여 디자인 산업의 미래를 논하는 국제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