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만의 고유한 설 명절 문화 여전
설 당일 8촌 이내 집집마다 돌며 제사
본 제사 이전 현관 앞서 ‘문전제’ 올려
제주에서는 조상에 대한 본제사를 지내기 전 현관 앞에 작은 제사상을 차리고 ‘문전제(門前祭)’를 지낸다. 박미라 기자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척박한 땅, 거친 비바람을 이겨내며 살아온 제주는 타 지역과 차별화된 민속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었지만 설 명절에는 여전히 제주만의 색채가 가득하다.
제주에서 설날은 ‘정월 멩질(1월 명절)’ 또는 ‘설 멩질(설 명절)’로 불린다. 특히 제주는 육지처럼 큰집에 모여 합동으로 차례를 지내는 대신 친척들이 8촌 이내의 제사를 모시는 집을 일일이 방문해 함께 차례를 지낸다. 제주 사람들은 친척집을 방문하는 것을 ‘멩질 먹으레(먹으러) 간다’고 한다.
과거에는 보통 5~6곳, 많게는 10곳 안팎을 방문하기도 했다. 8촌 이내 집을 돌면서 고조부모부터 부모까지 대를 이어 제사를 지내고 음복을 하다 보면 설 당일 온종일을 제사로 보내기도 한다. 다만 코로나19 당시 다수의 친척간 만남도 제한되면서 집집마다 방문해 제사를 지내는 문화는 상당부분 축소됐다.
김모씨(54·제주시 신촌)는 “불과 몇년 전까지도 해도 대여섯 집을 돌며 멩질을 먹었고, 다 마치면 늦은 오후가 되기 일쑤였다”면서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집단 방문이 제한되면서 이런 문화가 많이 사라져 최근에는 직계 가족끼리만 지내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면 강모씨(56·제주시 영평동)는 “보통 6~7집을 방문했는데 최근 3군데로 줄었다”면서 “코로나 이후에도 멩질 먹으로 다니는 것은 여전히 같지만 제사가 몇개 사라지면서 방문하는 집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기 전 현관 앞에 작은 제사상을 차리고 ‘문전제(門前祭)’를 지내는 것 역시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다.
제주에서는 집집마다 조상신을 위한 상 외에 별도로 작은 상인 ‘문전상’을 차려 문전신에게 제사를 올린다. 문전신은 제주 ‘문전본풀이’ 신화에 등장하는 여산부인의 일곱 번째 아들로, 집 전체를 보호해주는 가장 큰 가신이다.
문전제는 정식 유교 예법에는 없다. 토속 신앙이 유교식 제례에 혼합된 무속의례로, 제주 고유의 제사법으로 평가받는다.
차례상 풍경도 이색적이다. 제주 차례상에는 일반적인 떡 대신에 카스텔라, 빙떡, 롤케이크, 단팥빵 등이 오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감귤과즐, 약과 등 종류가 더 다양해졌다.
이는 벼 농사가 힘든 제주의 지리적 특성상 쌀떡 대신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마음을 다해 상을 채웠던 관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 상에 올리는 국 또한 소고기 탕국 대신 싱싱하고 커다란 옥돔을 푹 삶고 뼈를 발라낸 옥돔 미역국을 올리는 가정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