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의 주인공 베네딕트(루크 톰슨)와 소피(하예린)가 가면 무도회장에 나란히 서 있다. 넷플릭스 제공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Dearest Gentle Reader), 런던 상류사회에 사교철이 돌아왔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가 지난달 29일, 절반 분량인 4회까지 공개되면서입니다. 넷플릭스 영어 시리즈 글로벌 1위에 2주간 오르며 여전한 화제성을 입증했습니다. 한국계 호주인 배우 하예린(28)이 여주인공 소피를 연기했다는 게 이번 시즌 차별점인데요. 한국에서 시즌4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오는 26일에는 시즌4의 남은 절반(파트2·4회)이 공개됩니다. 설 명절은 파트1 혹은 그 이전 시즌까지도 몰아보기 좋은 때인데요. 취향에 맞을지 고민하거나, 시즌이 네 개나 있다니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해 추천의 마음을 담아 <브리저튼> 시즌4 간략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 <브리저튼>이 뭔데?
19세기 초 영국 리젠시 시대(1811~1820)의 상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퓨전’ 시대극입니다. 거창해 보이지만, 귀족이 건재한 시대의 로맨스물이라고 보면 됩니다. 미국 작가 줄리아 퀸의 로맨스 소설이 원작인데요. 명망 있는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가 한 권 한 권(시리즈에서는 각 시즌)의 주인공입니다.
<브리저튼> 시즌1의 다프네(피비 디네버)와 헤이스팅스 공작, 사이먼(레제 장 페이지)이 무도회장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2020년 공개된 시즌1부터 <브리저튼>이 원작과 다르게 가져간 차별점은 인종 다양성에 있습니다. 브리저튼가의 장녀이자 시즌1의 주인공, 다프네(피비 디네버)가 사랑에 빠지는 ‘헤이스팅스 공작’ 역을 흑인 배우 레제 장 페이지가 맡았죠. 시즌2에서 장남 앤소니(조나단 베일리)는 인도 샤르마 가문의 케이트와 얽히게 되는데, 실제로 인도계 영국 배우인 시몬 애슐리가 케이트 역을 맡았습니다.
귀족들의 사랑을 다루는 만큼, 호화로운 무도회 장면은 <브리저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고풍스러운 복식을 고증하면서도 무도회장에서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춥니다. 한껏 우아하면서도 애정씬의 수위는 높다는 것도 극의 포인트죠.
■ 시즌4는 무슨 내용
<브리저튼> 속 브리저튼 가문의 차남 베네딕트(루크 톰슨). 넷플릭스 제공
이번 시즌 주인공은 브리저튼가의 차남 베네딕트(루크 톰슨)입니다. 다른 시즌과 다른 건, 그가 반하게 되는 상대가 같은 귀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피(하예린)는 귀족 집에서 일하는 하녀입니다. 귀족 아버지와 하녀 어머니 사이에서 귀족처럼 교육받고 자랐지만, 양친이 돌아가신 후에는 계모의 구박을 받고 자랐죠. 신데렐라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원작의 제목부터가 <신사와 유리구두>로, 딱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받은 내용이거든요.
귀족과 출생 신분이 복잡한 하녀의 신분 차이 로맨스. 진부할 것 같지만, 세 시즌 내내 귀족들의 삶을 보여줬던 <브리저튼> 세계관에서 그 호화스러운 생활을 지탱하는 하녀·하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비록 신분이 낮을지언정 소피는 능력자입니다. 서넛이 할 일을 혼자 야무지게 해내는 그는 자신을 아낄 줄 알고, 또 당당합니다. 그 태도는 오히려 베네딕트를 전전긍긍하게 해서 ‘밀당’의 무게추를 맞춥니다.
<브리저튼> 시즌4의 여주인공 소피 역의 하예린. 소피는 호기심이 많으면서도 현실적인 성격이다. 넷플릭스 제공
<브리저튼> 시즌4 속 소피의 계모 및 의부자매들. (왼쪽부터) 포지(이사벨라 웨이), 레이디 펜우드(케이티 렁), 로자먼드(미셸 마오). 넷플릭스 제공
<브리저튼>이 동아시아계 여성을 주연에 기용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극은 소피가 ‘한국계’라는 걸 굳이 강조하지 않습니다. 시즌2의 케이트가 인도 뭄바이에서 왔다는 설정이 있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죠. 원작의 ‘베켓’이라는 성을 한국식 성인 ‘백’으로 바꾼 것 외에 두드러지는 한국적 요소는 없습니다. 소피의 계모 레이디 펜우드(케이티 렁) 등 동아시아계 배우들로 채워진 펜우드 백작가는 시리즈 속 사교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소피를 비롯한 동양인 캐릭터에 낡은 인종적 편견을 투사하지 않는다는 건 시즌4의 미덕입니다.
소피 역의 하예린은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는 그가 배우 손숙의 외손녀라는 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 전 시즌을 몰아봐야 하나?
<브리저튼> 속 ‘레이디 휘슬다운’이 소식지를 집필하고 있다. 레딧 갈무리
8남매가 돌아가며 주인공을 맡는 만큼 시즌4만 봐도 문제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소피는 이번 시즌 처음 등장했기 때문에, 극은 소피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주는 편입니다.
다만 <브리저튼>에서는 사교계의 가십을 신랄하게 전달하는 ‘레이디 휘슬다운’의 소식지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데요. 시즌4는 익명 필자였던 그의 정체가 다 드러난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레이디 휘슬다운이 과연 누구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앞 시즌까지 극에서 주요한 뼈대로 작용하기에 시즌4를 먼저 본다면 그 정체를 너무 쉽게 알게 된다는 아쉬움이 있겠네요. 스포일러를 싫어한다면 시즌1부터의 정주행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