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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난 5일 충남 부여군 국립부여문화연구소에서는 6~7세기 백제에서 쓰인 것으로 보이는 횡적 실물이 공개됐다.

기존에 알려진 관등 명칭인 시덕, 문독, 무독, 좌군 등이 기록된 목간도 함께 발견됐는데, 이는 목간이 발견된 배수로와 주변 건물지가 백제의 행정 실무를 담당하던 관청으로 쓰였음을 유추하게 한다.

기존 문헌에서 확인되지 않던 지명도 목간에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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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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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관북리서 발견된 목간 329점, ‘백제 피리’만큼이나 중요한 이유

입력 2026.02.17 14:27

  • 윤승민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백제 마지막 수도 사비 왕궁지 추정 위치

단일 유적에서 출토된 것 중 가장 큰 규모

관등 운영·외교 양태 등 정보 가득 품어

지난 5일 충남 부여군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에 공개된 ‘부여 관북리 유적’ 출토 목간. 국가유산청 제공

지난 5일 충남 부여군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에 공개된 ‘부여 관북리 유적’ 출토 목간. 국가유산청 제공

지난 5일 충남 부여군 국립부여문화연구소에서는 6~7세기 백제에서 쓰인 것으로 보이는 횡적(가로 피리) 실물이 공개됐다. 삼국시대 관악기 실물이 처음 발굴됐다는 점, 발굴 장소가 화장실로 추정된다는 점 등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횡적이 발견된 부여 관북리 유적에는 또 다른 중요한 발굴 성과가 있었다. 329점의 목간이었다.

목간은 글씨를 쓴 나뭇조각을 뜻한다. 삼국시대에도 종이는 있었지만 귀했기 때문에, 나뭇조각은 그 대용으로 활용됐다. 329점의 목간은 단일 유적에서 출토된 것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이었다. 부여 관북리는 백제 마지막 수도 사비의 왕궁지로 추정된다. 그 때문에 목간에는 백제의 통치 양상 등을 파악할 수 있을 만한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경신년’과 ‘계해년’이 쓰인 목간. 국가유산청 제공

‘경신년’과 ‘계해년’이 쓰인 목간. 국가유산청 제공

목간 2점에는 경신년(庚申年)과 계해년(癸亥年)이라는 문구가 쓰였다. 목간이 다수 발견된 배수로에서 함께 출토된 식물과 유물 등을 분석하니, 목간은 6세기 중반의 것이라는 추정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경신년은 540년, 계해년은 543년이 되며, 이는 백제가 수도를 웅진(공주)에서 사비로 옮긴 538년 직후이다. 목간이 백제의 ‘사비기’ 중 가장 이른 시기에 만들어졌다는 증거가 된다.

편철 목간 6점도 확인됐다. 길이 약 28㎝의 목간의 위와 아래에 끈을 꿰기 위한 구멍이 발견된 것이다. 목간을 끈으로 묶어 책이나 두루마기처럼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편철 목간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목간에는 ‘功四爲小將軍刀足二’(공사위소장군도족이)라는 글씨가 쓰였는데, 이는 ‘공적이 4개인 도족이를 소장군으로 삼다’는 뜻으로 목간이 인사 문서였음을 나타내는 특징이다.

백제의 관등과 관직이 표시된 목간. 국가유산청 제공

백제의 관등과 관직이 표시된 목간. 국가유산청 제공

목간에는 새로운 관등 및 관직명이 쓰인 것도 있다. ‘都督’(도독), ‘旅武’(여무), ‘書人’(서인) 등이다. 백제는 관인의 서열을 16관등으로 구분했는데, 도독과 여무, 서인은 기존에 알려진 백제의 16관등에는 없는 명칭이다. 이를 바탕으로 백제 관제의 실제 운영과 구성을 재검토할 수도 있게 됐다.

기존에 알려진 관등 명칭인 시덕, 문독, 무독, 좌군 등이 기록된 목간도 함께 발견됐는데, 이는 목간이 발견된 배수로와 주변 건물지가 백제의 행정 실무를 담당하던 관청으로 쓰였음을 유추하게 한다.

백제의 지명이 적힌 목간. 국가유산청 제공

백제의 지명이 적힌 목간. 국가유산청 제공

기존 문헌에서 확인되지 않던 지명(地名)도 목간에 적혔다. ‘河西郡’(하서군)의 경우는 중국식의 한자 지명으로, 백제가 수도를 웅진에서 사비로 옮기는 동안 지방 행정을 재편했을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甘羅城’(감라성)이 적힌 목간도 있었다. 감라성은 백제·가야·신라의 접경지대에 해당하던 곳인데, 목간은 이 지역을 백제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목간 중에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한자 ‘畑’(전)이 쓰인 것도 있다. 일본 고대 문자가 성립하는 과정에 백제가 깊이 관여했다는 증거 중 하나다. 편철 목간의 수종을 분석하니 모두 삼나무임이 밝혀졌는데, 삼나무는 고대 한반도에 자생하지 않은 당대 일본 수입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또한 백제와 일본의 교류를 짐작하게 할만한 내용이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관련된 내용의 목간. 국가유산청 제공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관련된 내용의 목간. 국가유산청 제공

또 목간에는 24절기 중 하나인 ‘立冬’(입동), 오전 9~11시를 뜻하는 ‘巳時’(사시) 등도 기록됐다. 백제가 역법을 이용해 절기와 시간을 파악하고 국가 통치와 행정 운영에도 이용했다는 증거다. 시간을 직접 표기한 목간이 국내에서 확인된 것 또한 처음이다.

약재와 관련된 ‘人心草’(인심초), 음악과 관련된 ‘玄曲愷’(현곡개), 유교 경전의 암기 및 교육과 관련된 ‘仁賢’(인현) 등의 기록도 확인됐다. 백제 사회에서 의약·음악·유교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의 지식이 체계화됐음을 알 수 있는 증거다. ‘斷溫病’(단온병)이라는 표현도 확인되는데, 여기서 온병은 <동의보감>에 ‘겨울철 몸에 잠복해 있다가 봄이 되어 따뜻한 기운을 만나 발현되는 병’이라 설명돼 있다. 질병 예방과 관련된 주술적 의미를 담은 표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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