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워싱턴 DC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 간 무역 합의에 따른 일본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첫 단계가 출범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한·미 무역 합의 법제화 지연을 비난하며 관세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미·일 투자 프로젝트 개시가 한·미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 트루스소셜에서 “일본과의 거대한 무역 합의가 막 시작됐다”며 “일본은 이제 공식적, 재정적으로 5500억달러(약 797조원) 대미 투자 약속에 따라 첫번째 투자 단계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주의 석유·가스, 오하이오주의 발전, 조지아주의 핵심 광물 등 전략적 분야에서 세 가지 엄청난 프로젝트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오하이오주의 가스 발전소는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며 아메리카만(멕시코만)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은 수출을 촉진하고 우리 나라의 에너지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또한 핵심 광물 시설은 외국 공급원에 대한 우리의 어리석은 의존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프로젝트의 규모는 매우 거대하며 ‘관세’라는 특별한 단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프로젝트 발표는 미국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체결한 역사적 협정의 직접적 결과”라고 말했다.
3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비용은 약 360억달러(약 52조원)에 달한다. 프로젝트별로 보면 오하이오주 가스 화력발전소 건설에 약 330억달러, 텍사스주의 심해 원유 수출 터미널에 약 21억달러, 조지아주 합성 다이아몬드 그리트(분말) 생산 시설에 약 6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미 상무부는 신규 가스 화력발전소에 대해 발전 용량이 9.2GW로,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 발전소는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심해 원유 수출 터미널의 경우 가동률을 최대치로 올리면 연간 200억~300억달러 어치의 미국산 원유를 수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합성 다이아몬드 그리트는 반도체·자동차 제조와 석유·가스 산업 등에 필수적이다.
이번 발표는 일본이 지난 12일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을 워싱턴으로 보내 미국 측과 대미 투자 1호 안건을 논의한 이후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대미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일본 전문가 윌리엄 추 선임 연구원은 “일본은 미·일 간에 눈에 보이는 진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투자 발표를 하지 않는다면 트럼프가 대일 관세 인상을 위협할지 아니면 SNS에 (일본 비난 글을) 몇 개나 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8일 엑스에서 “일·미 관세 협의에 기초해 합의한 ‘전략적 투자 이니셔티브’의 1차 프로젝트에 대해 양국 간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핵심 광물, 에너지, AI 및 데이터센터 등 경제 안보상 중요한 전략 분야에서 일·미가 협력해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양국 결속을 강화하고, 관련 설비·기기 공급을 통해 일본 기업의 매출 증가와 사업 확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 도시바, 히타치 제작소, 미쓰비시 전기 등 16개 이상의 일본 기업이 프로젝트 참여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다음달 다카이치 총리의 방미 일정에 맞춰 두 번째 대미 투자 프로젝트 목록을 발표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2호 안건 조성을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