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28일 부산신항에서 행정통합 관련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6월 지방선거의 핵심 승부처로 급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파격적 재정 지원을 근거로 ‘선거 전 합의’라는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국민의힘과 현역 시·도지사들은 ‘주민투표를 거친 단계적 통합’을 고수하며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인구 670만 메가시티의 향방을 둘러싼 여야의 수 싸움이 ‘속도전’과 ‘신중론’의 프레임 대결로 치닫는 모양새다.
민주당 부산·경남 시도당은 정부가 제시한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공공기관 이전, 규제 특례 패키지를 실현할 최적기를 ‘지금’으로 규정했다. 특히 민주당 도지사 후보군인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여론조사와 지방의회 승인을 거쳐 6월 전 행정통합에 전격 합의하자”고 제안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측은 “다른 지역이 통합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치면 2차 공공기관 유치 실패와 청년 이탈을 막을 수 없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민주당 시도당 대학생위원회, 청년위원회, 지역위원장,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도 이에 가세했다.
반면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속도’보다 ‘완성도’를 우선시하는 2028년 출범 로드맵을 고수하고 있다. 경남도는 김 위원장의 제안에 즉각 입장문을 내고 “지방선거를 앞둔 정쟁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절했다. 국민의힘 경남도의회 의원들과 경남도당, 청년위원회도 졸속 통합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혔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지난 10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형준 시장은 “제대로 된 자치권 확보가 우선”임을, 박완수 지사는 “유례없는 대전환인 만큼 졸속 추진 땐 행정 착오와 지역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연착륙을 강조했다. 국힘은 민주당의 공세를 ‘지방선거용 프레임 짜기’로 규정하며 선거 후 숙의 과정을 거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 공방과 별개로 ‘6월 전 통합’을 위한 현실적 장벽은 높다. 현행 주민투표법상 지방선거 60일 전부터는 투표가 불가능해, 통합 여부를 가를 주민투표의 마지노선은 오는 4월 1일(수요일)이다. 또 통합 지자체의 명칭과 권한을 명시할 ‘부산·경남 통합 특별법’ 제정이 필수적이지만, 선거까지 남은 짧은 기간 내에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부산과 경남이 통합될 경우 인구 670만명, 지역내총생산(GRDP) 240조원에 달하는 거대 지자체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경기도와 서울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혁신론’과 안정적 절차를 강조하는 ‘실리론’ 중 시·도민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가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적 셈법에 따른 진영 간 충돌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