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일(현지시간)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이 이스라엘 인질 유해를 송환을 위해 도착한 국제적십자사(ICRC) 차량 근처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평화위원회’의 가자지구 담당 고위 대표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무장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평화위 가자지구 담당 고위대표가 최근 하마스의 실권자인 칼릴 알하야 수석 협상대표와 직접 회담을 갖고 가자지구 휴전 2단계 이행의 핵심 쟁점인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강력히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알하야 대표는 이 회담에서 무장해제에 대한 논의를 거부했다고 NYT는 전했다.
믈라데노프는 유엔 중동특사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위에서 가자 담당 고위 대표로 임명돼 가자지구 전후 재건과 통치에 관한 핵심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앞서 NYT는 평화위 소식통을 인용, 평화위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비무장화 계획을 마무리 짓고 있으며, 하마스가 초기에는 일부 소형 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평화위 초안에 따르면 하마스의 무장해제는 단계적 군축으로 이뤄질 것이며, 완료에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
하마스의 무장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가자지구 평화구상에서 휴전 2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쟁점 중 하나다. 휴전 2단계는 하마스 무장해제, 이스라엘군 철수, 가자지구 보안을 담당할 국제안정화군(ISF) 배치, 가자지구 재건 등의 방안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휴전 2단계로 이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먼저 무장해제돼야 하고, 그 후 가자지구가 비무장화돼야 한다”하마스가 여전히 6만정의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내각의 요시 푹스 사무총장은 하마스가 무장해제하지 않으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복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에게 무장투쟁은 조직의 핵심 이념으로, 무장해제에 대한 논의만으로도 조직 내부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주제다. 때문에 하마스 지도부는 무장해제 여부에 대해 공개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마스 정치국장 칼레드 마샬은 지난 8일 알자지라가 개최한 포럼에서 “저항은 점령하에 있는 사람들의 권리”라며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5~10년의 장기 휴전 기간 무기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10월 13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위한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악수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평화위는 19일 워싱턴에서 첫 회의를 열고 가자지구 휴전 2단계 이행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연합(EU) 회원국 4국이 첫 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할 전망이다. 이날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가자지구에서 주도적 역할을 보장받기 위해 옵서버로 참여할 것”이라며 “옵서버 참여가 균형 잡힌 해법이며 헌법적 제약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평화위 규정이 헌법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참여를 보류했다.
이 외에 루마니아·그리스·키프로스 등이 옵서버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EU 회원국 가운데 헝가리와 불가리아는 평화위에 정식으로 참여한다.
교황청은 평화위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이날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면담한 뒤 “교황청은 가자 평화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탈리아의 옵서버 자격 참여에 대해 “당혹스럽게 하는 점들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족식을 가진 평화위는 유엔을 대체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서방 주요국이 불참 의사를 밝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이 대거 동참하면서 ‘권위주의 국가들의 연합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