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온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 3차시기에서 1위로 올라선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병오년 설 밥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은 저마다의 생각들로 엇갈렸지만, 한 가지는 같았다. 수상한 시절, 웃을 일 많지 않지만 열일곱 살 고교생이 모두를 미소 짓게 했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유일한 금메달이어서는 아니다. 그 메달에 녹아든 마음이 건넨 위로였다.
“가장 열심히 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주신 거라 생각한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우승한 최가온이 인터뷰에서 밝힌 소감이다. 1차 시기 보드가 파이프 끝에 걸리며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올림픽은 여기서 그만해야 하나’ 생각해 크게 울었다. ‘내 다리를 믿고 해보자’며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하지만 2차 시기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폭설 속 마지막 기회, 최가온은 기어코 연기를 완성했다. 11위(10점)에서 단숨에 1위(90.25)로 올라섰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투혼은 스포츠에서 상투어이긴 하지만, 그것 외에 달리 이 장면을 설명할 방도는 없다.
“올림픽 무대니까 무조건 뛰어보겠다.” 모든 투혼에는 절박함이 있다. 돈이든 명예든, 꿈이든 두려움을 넘어서게 만드는 그 힘이 없다면 투혼은 성립되지 않는다. 최가온의 절박함은 ‘기회’였다. 어떤 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고 사무치도록 후회를 남긴다. “여기서 포기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다. 최대한 발가락부터 움직여보려 했다. 그때야 다리가 조금씩 움직였다.” 꿈을 위해 흘렸을 땀과 눈물이 느껴지는 듯하다. 꿈은 좀체 놓기 어렵다. 희망이 치유할 수 없는 질병이라면, 꿈은 멈출 수 없는 절박함의 이유가 된다.
“할머니가 해주시는 육전. 그리고 두쫀쿠와 마라탕도 먹고 싶어요.” 최가온의 소망은 평범하고 특이했다. 누구는 할머니의 육전에, 누구는 두쫀쿠에 공감했을 것이다. 그런 감정이 명절 밥상에서 세대가 달라도 최가온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그의 삶에 하루하루 쌓이며 마침내 위대함에 이르렀을 평범한 얼굴들이 보인다.
많은 청년이 절박함 속에서 산다. 한때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가 그들의 믿음이었듯, 넘어지고 넘어져도 멈추지 않은 최가온은 희망이 될 것이다. 청년들의 절박한 하루하루가 기회 앞에 머뭇거리지 않고 평온한 위대함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